[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한진주 기자] "올해 중 미국에 물량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에서 기회가 많다. 동남아시아에도 제안서를 넣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멈춰 섰던 각국의 5G 투자가 이달부터 본격화하면서 국내 장비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미국ㆍ인도 등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반(反) 화웨이 기류는 '5G 코리아'에 반사이익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장비 업체는 이르면 3분기부터 해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국 5G 투자 본격화= 6일 네트워크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장비업계는 이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민간 광대역 무선서비스(CBRS) 주파수 경매를 시작으로 글로벌시장에서 5G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수출을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다산네트웍스는 최근 유럽 지역에서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이 해제됨에 따라 프랑스 등 현지 영업을 재개했다. 다산네트웍스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맞아 5G, 초고속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현지 통신사 등과) 공급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회사는 북미ㆍ유럽 지역뿐 아니라 5G 투자를 검토 중인 동남아시아에도 장비 공급 제안서를 발송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키아 등에 5G 기지국 장비를 납품 중인 KMW도 올해 안에 미국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KMW 관계자는 "미국 FCC의 주파수 경매가 당초 4월에서 이달로 미뤄지며 올해 예정됐던 물량 부분이 내년으로 밀리게 됐다"면서도 "이르면 올해부터 미국 수출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이 (미국 통신업계에) 납품하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KMW 외에도 오이솔루션, 서진시스템, RFHIC 등을 수혜 업체들로 꼽고 있다.
국내 장비업계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투자 위축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해외 통신사를 중심으로 장비 공급 계약이 논의되며 서서히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연초 5G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일본 이동통신업계는 이달부터 망 투자에 돌입했다. 인도 역시 하반기 5G 상용화를 앞두고 5G 시범 테스트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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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화웨이 확산에 반사이익= 미국 주도의 반 화웨이 기류가 최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것도 국내 장비 업계에는 호재다. 앞서 캐나다 이동통신사 텔러스는 내년 5G 도입 시 화웨이를 배제하고 삼성전자에 장비 공급을 맡기기로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말 '믿을 수 있는 5G 장비업체에 대한 조류가 바뀌고 있다'는 성명을 통해 "전 세계 통신사와 화웨이 간 거래가 사라지고 있다"며 체코,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의 예시를 들기도 했다.
여기에 글로벌 5G 장비업계의 새로운 격전지인 인도마저도 최근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의 유혈 충돌을 계기로 중국에 등을 돌렸다. 통상 글로벌 이통사가 복수의 장비업체들과 계약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들에는 중국 기업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은 13.2%로 전기 대비 2.8%포인트 뛰어올랐다. 업계 1위 화웨이(35.7%)는 선두를 유지했으나 상승폭은 0.4%포인트에 그쳤고, 이마저도 자국 기업들과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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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한국의 '5G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오범이 주요국의 5G 산업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한국을 기준점(100점)으로 볼 때 미국(51점), 스위스(52점), 영국(30점) 등 각국의 수준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각국에서 급속도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네트워크 망 투자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중견ㆍ중소 장비업체들까지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네트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장 망 구축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업계 전반적으로는 힘든 상황"이라며 "각 국 정부의 5G 투자 드라이브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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