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대한체육회는 최근 故 최숙현 사건을 놓고 이틀 연속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사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일 사건 관련 입장문을 냈고, 하루 뒤인 2일에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단 하루 차이였지만 자료에 드러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먼저 나온 입장문에서는 생전에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한 고인이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를 접수한 뒤 조사 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관련자 처벌에 대한 의지가 주로 담겨 있다. 대한체육회가 심판자적인 위치에서 낸 입장문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튼날인 2일 오후 배포된 성명서는 사건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사죄와 책임을 통감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있다.
대한체육회의 성명서가 배포된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건 관련 발언이 나온지 3시간만이다. 문 대통령은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라고 지시하면서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날이 4월 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나서자 그때서야 대한체육회는 자신들의 위치를 되돌아봤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대한체육회는 故 최숙현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숙현은 지난 4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스포츠인권센터)를 통해 지도자와 관계자들의 폭행에 대한 신고를 했다. 하지만 2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결과 발표나 가해자 처벌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북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도 신고를 했지만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풀어줄 것이라는 희망이 더 컸을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피해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돕지 못해 비극적인 결말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이 있다. 체육계 한 인사는 “이용 의원이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직후만해도 대한체육회는 이 사태를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책을 세우라고 하니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된 것 같다”고 전했다.
故 최숙현 사건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오는 6일에 전환점이 될 일정들이 차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먼저 오전에는 국회에서 최숙현의 동료들이 가해자들의 실상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애서 진상조사를 실시한다. 오후에는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가 열린다.
대한체육회는 성명서를 통해 5가지 약속을 했다. 향후 스포츠 폭력에 대해 선제적 처벌, 강력한 발본색원, 솜방망이 처벌 금지 등을 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제 대한체육회는 해당 사건의 진상조사에 참여하면서 한편으로는 조사를 받아야하는 입장이다. 이중적인 입장에 놓인 대한체육회를 체육계가 유심히 지켜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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