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근 제네시스비비큐 회장. 2020.07.01.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해 위기에 직면했던 대학배구가 특급 소방수를 만났다. 윤홍근(65)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이 주인공이다.
한국대학배구연맹은 매해 여름 전국대학배구대회를 개최한다. 대회가 많지 않은 대학 선수들은 대학배구연맹이 주최하는 이 대회를 통해 기량을 점검하고 경쟁하며 프로배구선수의 꿈을 키운다. 그만큼 소중한 무대다. 지난해에도 강원도 인제와 전라남도 해남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올해 대학배구연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국대회 메인 스폰서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코로나19 속 대부분의 기업들은 재정에 타격을 입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에 쉽게 대회를 후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 사정이 그러하니 후원자를 물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다 대회를 개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젊은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무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속 발을 동동 구르던 대학배구연맹의 손을 잡은 기업이 바로 제너시스BBQ그룹이었다.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로 유명한 BBQ가 대학배구연맹을 돕기로 하면서 이달 6일 경상남도 고성군, 29일 전라남도 무안군에서 개막하는 두 차례 대회가 무사히 열릴 수 있게 됐다.
BBQ그룹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구선수 꿈을 키우는 청년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윤 회장은 통 크게 대회를 후원하기로 했다. 윤 회장은 1일 서울 송파구 제너시스빌딩에서 열린 대회 후원협약식에 참석했다. 오승재 대학배구연맹 회장을 비롯해 조광복 부회장, 최천식 전무이사, 이운임 총무이사, 곽민주 사무국장 등이 자리한 가운데 윤 회장은 “우리 기업도 당연히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도 위기를 맞이했다”라면서 “그러나 기업이 어렵다고 마땅히 해야 할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배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 청년, 대학생들이 뛸 무대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 역시 대학교를 다니며 꿈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대학배구연맹에 도움을 주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대회의 스폰서로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써도 노출 빈도가 높은 종목을 선택하는 게 효율적이다. TV중계를 통해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프로 스포츠를 후원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라면 당연히 투자 비용의 효율을 따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기업이 얻을 수 있는 눈 앞의 이익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업의 책무를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자신의 철학으로 삼고 있다. 윤 회장은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계산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이 모든 일을 계산하면서 살 수는 없다. 비인기 종목, 형편이 어려운 곳을 돕는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 기업은 상생경영을 추구한다.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는 우리 기업의 모토처럼 스포츠 역시 비인기 종목과 인기 종목이 균형감 있게 발전해야 한다. 저는 비인기 종목을 우선 도와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 방향성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구는 최근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저 역시 가끔 TV를 통해 시청하는데 굉장히 재미있다. 여자배구는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 대학배구가 활성화되면 더 좋은 프로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고 대표팀에서 활약해 국위선양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윤홍근 제네시스비비큐 회장이 1일 송파구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대학배구연맹 후원 협약 체결식에서 협약서에 사인을 한후 오승재 연맹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윤 회장이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회장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서울특별시스쿼시연맹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2006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스쿼시 실업팀을 창단하고, 전국대회를 개최하는 등 스쿼시 보급에 힘을 쓰기도 했다. 이 외에도 e스포츠, 볼링, 태권도 등 여러 종목에 걸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한국 체육계를 세세하게 돌보고 있다. 윤 회장은 “제가 대단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제가 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제가 우리 기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다. 제가 밀알이 되어 비인기 종목의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윤 회장은 배구계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최근에도 가끔씩 배구를 본다. 인기가 많아져서 참 좋은데 이렇게 인연이 닿은 만큼 앞으로 우리가 배구계에서 좋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일종의 ‘본능’이다. 지금도 그는 걷기, 사이클 등을 통해 건강,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윤 회장은 “저는 원래 운동을 좋아한다. 학생 시절 축구, 야구, 배구, 핸드볼 등 안 해본 종목이 없을 정도다. 육군 장교 시절에도 사병들을 모아 함께 운동하는 것을 즐겼다. 스포츠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선진국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체육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BBQ그룹은 전국구 프랜차이즈 브랜드인데다 전 세계 57개국에 수출된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2003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호주 등 전 세계에 진출했다. 윤 회장이 돌봐야 할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게다가 그는 기업을 운영하는 것 외에도 사회 여러 자리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치킨외식산업협회 회장을 비롯해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 회장, 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윤 회장이 스포츠계에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그만큼 애정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윤 회장의 모교인 조선대학교도 참석한다. 조선대 배구부는 지난해 종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저력이 있는 팀으로 꼽힌다. 윤 회장은 “저도 제 모교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웃은 후 “기왕이면 제 후배들이 가진 기량을 잘 뽐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팔은 원래 안으로 굽지 않나.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 있다. 물론 다른 팀들도 응원한다”라며 유머 섞인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더불어 “참가하는 모든 학교의 학생들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냈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좋지만 아마추어인 만큼 과정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알았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모여 경쟁하는 대회에서 서로의 기상을 확인하고 배울 것은 배워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로서 부상을 당하지 않길 바란다. 다치는 선수 없이 성공적으로 대회가 끝나기를 바란다”라는 덕담도 건넸다.
공교롭게도 이번 2차 대회는 무안군에서 열린다. 무안군은 윤 회장의 고향인 순천과 가깝고 BBQ그룹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해 BBQ그룹은 무안군과 양파소비 촉진 및 안정적 공급, 판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BBQ그룹은 양파 최대 주산지인 무안군과의 협약을 통해 지역 농산물의 상품 개발·판매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인연이 닿으려니 이렇게 닿는다. 우리 그룹과 무안군은 각별한 관계다. 그런 곳에서 마침 대회가 열린다고 하니 여러모로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저 역시 대회 기간 하루 정도는 무안군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시간을 내 꼭 가보겠다. 무안군에서 우리 선수들이 무사히 대회를 마치고 좋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청년들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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