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과 조현병 진단 받아
입원과 도망 20차례나 반복
홍콩 감옥에서 몇 달 보내고
플로리다서 노숙인으로 발견
동료가 치료비 내겠다 했지만
치료를 강요할 방법은 없어
LA 다저스는 2019시즌을 앞두고 외야수 맷 켐프와 야시엘 푸이그를 트레이드시켰다. 재능 넘치는 외야 유망주들의 자리를 위해서였다. 신데렐라처럼 화려하게 등장했던 유망주는 “잠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그 유망주 앤드루 톨스(28·사진)가 1년 반이 흐른 뒤 플로리다 키 웨스트 공항 화물 창고에서 노숙인으로 발견됐다. 그에게 지난 1년 반은 ‘도망’의 시간이었다. 정신과 치료 시설에 20차례나 입원했지만 툭하면 사라지기 일쑤였다. 톨스의 누나 모건 톨스는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톨스가 발견됐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놀랐겠지만, 우리 가족은 ‘살아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였다”고 말했다.
2주 전에는 켄터키에서 노숙인으로 발견됐다. 지난해 홍콩 감옥에서 몇 달을 보내기도 했다. 톨스는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날아갔고, 떠돌아다니다 여권을 잃어버렸다. 주유소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훔치다 체포되는 바람에 홍콩 당국에 수감됐다. 모건 톨스는 미국대사관의 도움으로 어렵게 톨스를 다시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미국프로풋볼(NFL) 라인배커 출신의 아버지 앨빈 톨스는 “우리 가족은 매일 슬퍼하고, 매일 기도하는 중”이라며 “(공개된 만큼)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다. 톨스는 지금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톨스는 2013년 탬파베이에 3라운드 지명됐지만 돌출행동으로 2015년 방출됐다. 다저스 구단이 톨스를 찾아갔을 때 그는 조지아주 피치트리시의 한 마트 냉동음식 창고에서 시급 7.5달러를 받으며 새벽근무조로 일하고 있었다.
톨스는 다저스에서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2016년 7월 빅리그에 올라와 타율 0.314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타율 0.364로 펄펄 날며 가을의 신데렐라가 됐다.
마법이 풀리는 시계 종소리가 울린 것은 이듬해 5월이었다. 훌리오 우리아스가 노히트 게임을 이어가던 경기에서 톨스는 외야 뜬공을 처리하다 펜스에 세게 부딪쳤고,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거의 1년을 쉬어야 했다. 다저스는 켐프와 푸이그를 정리하면서까지 톨스의 자리를 비웠지만, 톨스는 말없이 팀을 떠났고 구단의 전화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저스가 톨스의 소식을 알게 된 것은 2월이 돼서였다. 톨스는 애리조나 사막 도로에서 차량 충돌 사고를 일으켰고, 차를 버린 뒤 정처 없이 걸으며 헤매다가 탈수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입원했다.
톨스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구단과 가족 모두 이를 비밀에 부쳤다. 톨스가 캠프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 다저스 구단은 “개인적 이유”라고만 발표했다. 가족들은 친지들에게 “톨스가 무릎 재활 훈련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톨스는 지난해 5월 중순 퇴원 뒤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끝없는 입원과 퇴원, 도망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톨스가 노숙인으로 발견된 사실이 알려진 뒤 다저스 내야수 저스틴 터너는 톨스의 치료비를 대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톨스의 치료를 강요할 수 없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톨스를 강제 구인해 치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아버지 앨빈은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다시 건강해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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