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반중 노선' 지오다노 창업자
조슈아 웡 등 체포될 가능성 높아"
홍콩 매체가 지오다노 창업자가 7월 1일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첫 타깃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기사의 사진/홍콩0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이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선포하고 다음날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호 타깃’으로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자인 라이치잉(黎智英·71)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이 꼽히고 있다. 라이 회장은 1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거부이면서도 친중(親中) 입장을 내는 대부분의 홍콩 부호(富豪)들과 다르게 반중(反中) 노선을 택한 인물이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외국과 결탁한 국가 안전 위협 범죄 등을 감시·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명보는 29일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보안법 시행 첫날로 예상되는) 다음달 1일, 라이치잉과 조슈아 웡(우산혁명 리더)이 체포될 것이라고 베이징 주재 외국인 기자가 경고했다”며 “두 사람이 이처럼 쉽게 체포된다면, 미래에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체포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당장 다음달 1일에 두 사람을 체포할 가능성은 작지만, 중국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자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을 처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치잉은 “며칠 전에 이러한 얘기들을 들었지만, 나는 (홍콩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콩 시위대가 25일 중국에 구금된 민권운동가ㆍ변호사 등의 사진을 들고 홍콩보안법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라이 회장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한 사업가다. 1948년 중국 광둥성의 부유한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이듬해 공산화로 집안이 몰락했고, 홍콩에 넘어와 의류공장에 취직했다. 그가 설립한 지오다노는 1992년 홍콩·중국·일본·대만 등에 191개 매장을 운영해 연 매출이 2억1100만달러(약 26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1994년 그가 소유한 언론사에서 톈안먼 사태의 주역인 리펑 전 중국 총리를 ‘IQ 빵점인 바보’라고 비난해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됐다. 라이 회장은 중국 본토 매장 폐쇄 위협을 받자 회사를 1억8700만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했다. 현재는 지오다노와 지분 관계가 없다. 라이 회장은 이후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를 운영했고,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주장하던 시민들의 '우산 혁명'을 공개 지지했다. 중국 본토에 있는 라이 회장의 친척들은 그를 '조상과 국가에 대한 배신자'라며 족보에서 이름을 삭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양심 있는 홍콩의 말썽꾼’이라고 불렀다.
라이 회장이 체포를 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홍콩보안법이 실질적으로 소급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홍콩 대표인 예궈첸(葉國謙)은 "홍콩보안법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홍콩보안법 시행 후 이를 위반한 사람을 기소할 때 그 위반자의 법 시행 이전 행위에 대해서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콩 야당은 "과거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가지고 죄를 판단한다면 이는 실질적인 소급 적용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라이 회장이 폭스뉴스에 출연해 홍콩의 반중 시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나는 양심있는 트러블 메이커다"라고 말하기도 했다/폭스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홍콩보안법은 7월 1일에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 주권 반환 23주년에 맞춘 날짜다. 지금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홍콩보안법에 대한 수정안을 보고해(28일) 최종 표결을 앞뒀다. 상무위가 폐막하는 30일 이전에 표결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홍콩 입법회(의회) 표결 없이 홍콩의 ‘헌법’ 격인 홍콩기본법에 부칙으로 삽입돼 즉각 시행한다.
홍콩 당국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돼도 집회·언론 자유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이를 믿는 홍콩인은 드물다. 홍콩 내 반중(反中) 시위도 엄중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온다.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홍콩 독립’ 구호가 적인 깃발을 드는 것도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중국 측 해석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서 홍콩보안법 초안이 통과된 후 전광판에 '찬성 2천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라는 결과가 떴다. 홍콩보안법은 이달 30일까지 전인대 상무위에서 최종 표결 통과해 다음달 1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홍콩보안법의 최고 형량이 종신형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전인대 홍콩 대표는 "홍콩보안법은 '이빨 없는 호랑이'로 남지 않을 것이며, 그 위반자는 최고 종신형에 처할 것"이라며 "종신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홍콩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최고 형량은 10년 징역형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심의 과정에서 더욱 엄중한 형량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본토 수준의 형량이 적용되는 것이다.
홍콩보안법에 대해 공개 경고해온 미국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각) 성명에서 홍콩의 자치권 훼손에 연루된 중국 관리에 대해서는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상원은 최근 홍콩 자치권 훼손에 연루된 관리는 물론 이들과 거래한 은행까지 제재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을 통과시켰다.
[이벌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