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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이동걸 " 아시아나항공 매각, 많은 것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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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매각 MOU 아직 유효… 서로 믿고 만나야
협상 진전되면 다른 제반 조건은 얼마든지 협의 가능"
충분한 자료 제공 안 했다는 현산 주장엔 적극 반박

"60년대에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편지로 대화할 필요가 있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현산도 다 알고 있는데 언제든지 찾아오면 된다."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294870)(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020560)인수를 위해 만나서 협의하자고 다시 한 번 요청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은에 요청하면서 서면으로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진정성을 가지고 협의를 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가 됐든 임원이 됐든 언제든 만나서 협의하자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17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최근 현안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이동걸 산은 회장과 최대현 산은 부행장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는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현산과 체결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는 아직 유효하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상호신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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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산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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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서로 협의할 게 많아졌다"며 "서로 믿고 이야기하면 많은 걸 조정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상호신뢰가 전제돼야 안전하게 딜을 끝까지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아직 현산을 신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9일 보도자료와 채권단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인수 조건을 원점 재검토하자고 요청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충분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60년대도 아니고 어디 있는지도 알면서…"

이 회장은 "현산이 보낸 공문에 대해 우리가 설명자료를 만들어서 다시 현산에 송부했고, 그에 대한 현산 측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관련) 세부자료를 우리가 현산에 안 줬을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서면으로 입장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현산이 서면협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60년대에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편지로 대화를 하느냐"며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현산도 알고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도 "우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대면 협상에 대해 아직 현산에서는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대면 협상을) 피할 이유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CEO든 임원이든 면담에 응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협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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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산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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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이 요구한 인수가격을 포함한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에 대해서도 대면 협상을 전제로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 부행장은 "협의가 진전이 되고 인수사가 확정을 한다면 나머지 제반 조건은 코로나라든지 여러 환경을 감안해 충분히 협의하고 검토할 의사가 있다"며 "먼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기간만 연장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B'에 대해서는 "협의도 진전이 안 되는 상황에서 플랜B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렵긴 하다"면서도 "시장상황 감안해 여러가지를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코로나 사태로 현산 쪽도 생각하지 못한 큰 상황이 발생한 건 맞다"며 "하지만 현산뿐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 채권단 모두가 피해자인 만큼 책임있는 주체들이 다같이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살리기 위한 필수조치도 현산이 부동의

산은은 이날 HDC현산에 보낸 공문을 참고자료 형태로 공개했다. HDC현산이 언론을 통해 제기한 사안들에 대한 반박이다. 대면 협상을 요청하는 동시에 HDC현산의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이다.

우선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계약체결 이후 4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는 현산의 주장에 대해 과다하게 산정된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2019년 6월말 대비 작년말 부채가 2조8000억원 증가했지만 현금흐름과 무관한 장부상 부채증가와 업황부진에 따른 차입금 증가가 주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부채 증가분은 기준의 해석·추정 등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 1조4000억원, 정비충당부채 6000억원, 마일리지부채 1000억원 등이다. 또 HDC현산은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기로 한 1조7000억원을 모두 부채 증가로 산정했지만 5월말 기준 지원액은 5000억원 정도고, 타 부채상환에 사용된 경우도 있어 차입금이 순증한 것은 아니라고 산은은 밝혔다.

채권단이 지원한 1조7000억원이 HDC현산의 동의 없이 차입 승인이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산은은 적극 반박했다. 산은은 채권단 지원과 관련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고, 현산 측이 부동의했기 때문에 동의 없이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영구채 지원을 위한 정관변경 및 임시주총 개최 등에 대한 사전동의와 관련해 이번 지원이 코로나19로 인해 계속기업 유지를 위한 채권단의 필수조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산측은 인수확정에 대한 의사표명은 하지 않으면서도 부채증가 우려, 자료부족 및 채권단 영구채의 주식전환시 현산측의 경영권 지분의 변동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 등의 사유로 부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으로 의견을 표명한 점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상황 재점검을 위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산은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부적정 의견 표명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이고,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은 문제 없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또 자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상주하고 있는 인수단 앞으로 수시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인수인이 요청하는 경우 성실히 자료를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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