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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국 흑인 사망

거세지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맞설 美 경찰의 무기가 '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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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진압으로 비무장 흑인을 숨지게 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미국 경찰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폭동 장비를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주장했으나 공연용 소품인 경우도 있었고, 폭발물이 양초로 밝혀지기도 했다. 시위 확산 책임을 무마하고 비난의 화살을 시위대로 돌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 시각) “미국 경찰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루머를 퍼뜨리는 데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미 전역에서 벌어지는 경찰의 가짜뉴스 소동을 소개했다. 가장 최근은 15일 있었던 유명 햄버거 체인 쉐이크 쉑(Shake Shack)에서 음료수를 마신 경찰관들이 병원에 실려갔던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날 밤 뉴욕 경찰관 3명이 뉴욕 시내에 있는 쉐이크 쉑에서 밀크쉐이크를 마신 뒤 병원에 실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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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못 세이 뉴욕경찰국장이 8일 '뉴욕 경찰이 시위에 쓰일 콘크리트가 아이스크림 컵에 담겨 있는 걸 발견했다'는 뉴욕포스트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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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노조 내에선 최근 경찰 반발 기류와 연관된 ‘경찰 테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 양대 경찰노조 중 한 곳인 DEA의 폴 디지아코모 이사는 성명을 내고 “한 명 이상의 직원들이 경찰들이 마실 음료에 일부러 독극물을 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찰 노조인 뉴욕 PBA의 패트릭 J. 린치 위원장도 “경찰관 중 한 명이 표백제로 추정되는 독성 물질이 음료수에 들어간 걸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16일 오전 뉴욕경찰국(NYPD) 로드니 해리슨 형사팀장은 조사 결과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관들에 따르면 밀크쉐이크 기계에 세정제가 제대로 닦이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뉴욕 경찰 노조 측은 뒤늦게 사고일 가능성을 인정했으나 이미 ‘경찰 테러’ 주장은 트윗을 통해 1만2000회 넘게 공유됐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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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주 중부 콜럼버스 경찰국은 1일 트위터에서 시위에 쓰일 야구 방망이·돌멩이·식칼·도끼·곤봉·발사체 등이 버스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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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덴 경찰 노조만 앞장서는 것이 아니다. 오하이오주 중부 콜럼버스 경찰국은 1일 한 대의 버스 사진을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이 버스가 폭도들에게 폭동 장비를 지급할 용도라는 혐의점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주장에 따르면 형사들은 차량 안에서 야구 방망이·돌멩이·식칼·도끼·곤봉·발사체 등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해당 버스는 거리 공연 업자 소유였다. 곤봉은 저글링용이었고 도끼는 버스에서 사용하는 화목 난로 옆에 있었다. 식칼은 얌전히 칼꽂이에 꽂혔고 돌멩이들은 수정구슬이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여전히 이 버스가 폭력과 무정부를 시위대에 주입하려는 조직된 노력이라는 증거는 못찾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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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 시애틀 경찰국은 6일 트위터에 깨진 폭발물로 추정되는 사진과 함께 "시위대가 돌멩이·유리병 등을 던지고 폭발물을 경찰관에 던졌다"며 "몇몇 경찰관이 급조 폭발물에 다쳤다"고 적었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해당 물체는 폭발물이 아닌 유리가 동봉된 양초로 밝혀졌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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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 시애틀 경찰국은 6일 “시위대가 돌멩이·유리병 등을 던지고 폭발물을 경찰관에 던졌다”며 “몇몇 경찰관이 급조 폭발물에 다쳤다”고 적었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해당 물체는 폭발물이 아닌 유리가 동봉된 양초로 밝혀졌다. 7일 워싱턴주 동부 스포캔에선 도심지에서 시위용 돌멩이가 들어있는 양동이가 수거됐다는 주장이 경찰 측으로부터 나왔으나 스포캔의 한 경찰관의 양심고백에 의해 해당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캔자스주와 미주리주 경계에 있는 캔자스시티 경찰국은 지난달 말 “폭동에 사용될 숨겨둔 벽돌을 발견했다”며 “이 같은 것을 발견하면 911에 문자를 남겨달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러나 벽돌은 이전부터 그곳에 있었고 주변 건설 현장과 관련된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경찰 고위급 간부가 직접 가짜뉴스에 전파에 나서기도 했다. 더못 세이 뉴욕경찰국장은 3일 트위터에 “뉴욕 경찰이 뉴욕 전역에 걸쳐 시위에 쓰일 벽돌 등을 의도적으로 갖다놓는 조직된 약탈자에 맞서고 있다”며 한 횡단보도 인근에 벽돌이 든 상자를 경찰이 발견하고 치우는 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서 시위가 발생한 적이 없고, 벽돌 또한 인근 건설 현장과 관계된 것이라고 한다. 8일엔 뉴욕 경찰이 시위에 쓰일 콘크리트가 아이스크림 컵에 담겨 있는 걸 발견했다는 뉴욕포스트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그러나 이 역시 주변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담는 주요 방법이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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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 동부 스포캔 경찰국은 7일 도심지에서 시위용 돌멩이가 들어있는 양동이가 수거됐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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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못 세이 뉴욕경찰국장은 5일 트위터에 뉴욕 브롱크스에서 체포한 시위대로부터 압수했다는 물건들이 찍힌 4장의 사진을 올렸다. 언뜻 봐선 각기 다른 물건들을 찍은 사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구도만 달리한 같은 물건들이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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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국장은 교묘히 사실을 부풀려 전하기도 했다. 그는 5일 트위터에 뉴욕 브롱크스에서 체포한 시위대로부터 압수했다는 물건들이 찍힌 4장의 사진을 올렸다. 언뜻 봐선 각기 다른 물건들을 찍은 사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구도만 달리한 같은 물건들이었다.

WP는 “과장과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적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경찰이 이 같은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를 확정하는 결론에 미리 도달해있으면 안 된다”고 평했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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