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망치 70달러에서 대폭 하향…21조달러 어치 자산 상각
재생 에너지 투자 비중 확대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영국 대형 에너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장기 유가 전망을 대폭 낮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에너지 수요가 급감한 게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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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BP는 2021년부터 2050년까지 국제 유가인 브렌트유의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55달러로 지난해 연말 발표치보다 27% 하향 조정했다. BP가 유가 전망치를 낮춘 것은 향후 원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공급망과 기후변화 우려 등으로 탄소 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의존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면서 원유 등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BP는 이런 충격 대응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해 더욱 나아질 수 있도록 가격 전망치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BP는 기존 투자 계획 등을 검토하겠다"며 "어려운 결정이 결국 에너지 전환을 통해 BP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BP는 유가 전망을 낮추면서 올해 2분기 최대 175억달러(약 21조1600억원)에서 최소 130억달러가량의 자산을 상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상각 규모는 오는 8월4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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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루니 CEO는 지난 2월 2050년까지 저탄소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 순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BP는 이번 유가 가격 전망을 수정하면서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BP의 발표와 관련해 "BP의 미래 역할은 물론 보유 자산 가치를 재평가한 것"이라며 "BP가 유전 개발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대담하게 선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수익 기대치가 낮아짐에 따라 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이번 발표를 통해 BP가 2분기 배당금을 삭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상각 결정으로 BP의 현금 지급 여력이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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