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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文, 써준대로 읽는다? 새벽 3시까지 연설문 고쳤다더라"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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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文, 써준대로 읽는다? 새벽 3시까지 연설문 고쳤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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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 보좌
"진중권, 청와대 연설문 과정 잘 몰라"
"의전 대통령? 허수아비 이미지 의도"
강원국(왼쪽) 작가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강 작가 트위터, 연합뉴스

강원국(왼쪽) 작가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강 작가 트위터, 연합뉴스


동양대 진중권 전 교수의 “문재인 대통령은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다” 발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 집필을 도왔던 강원국 작가가 “진 전 교수가 청와대 연설문 작성 과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자기 글’을 쓰는 리더”라고 했다. ‘대통령의 글쓰기’(2014)를 집필한 강 작가는 청와대 공보수석실·대변인실 행정관, 연설비서관으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업무를 보좌했었다.

강 작가는 최근 ‘피렌체의 식탁’ 인터뷰에서 “진 전 교수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그냥 인상, 느낌으로 말하지 않았나 싶다”며 “진 전 교수가 연설문 작성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청와대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실장을 하던 무렵 몇 년 간 그분을 겪어봤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주요 연설문을 빠짐없이 관찰해왔다”며 “문 대통령은 글을 꼼꼼하게 쓰고 공들여 다듬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강 작가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할 때 ‘대통령 연설집’ 서문 초안을 보고하자 꼼꼼하게 수정을 거듭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자기 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야인(野人) 시절 지인에게 부탁받은 책 추천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친필로 썼다는 에피소드를 예로 들기도 했다.

강 작가는 “문 대통령은 집권 전반부에 새벽 2~3시까지 글을 고칠 때마다 주변에선 너무 그러지 말라고 건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연설문 작성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통령 국정 철학과 아이디어를 토론을 통해 비서진이 연설문 초안으로 가다듬고, 이 또한 무수한 독회(讀會)를 거쳐 수정을 거듭한 끝에 최종 연설문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글쓰기’에도 이러한 과정이 언급됐다. 강 작가는 “그런데 청와대 바깥에서 이런 시스템을 잘못 알고 ‘주는 대로 읽는다’고 비판한다. ‘대통령 연설’의 진정한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조선일보DB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조선일보DB


강 작가는 “문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변호사로서 변론을 써왔으니까 직접 (자기)글을 쓰는 분이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자기 글을 직접 못 쓰는 리더가 아니다”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않고 막말과 애드립을 일삼는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이제 와선 문 대통령을 향해 ‘시스템대로 움직인다’고 뭐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문체가 너무 똑같고, 글 쓰는 스타일도 비슷해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강 작가는 인권 변호사였던 두 대통령의 경력을 거론하며 “변호사란 직업이 늘 글을 써야 된다. 말로 일하는 것 같지만 법원에 낼 글을 먼저 써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자필로 쓴 추천사를 보고 ‘어떻게 두 분이 이렇게 똑 같은 문체를 갖고 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강 작가는 진 전 교수의 문제 제기에 대해 “고약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며 “’써주는 대로 읽는다’는 말은 ‘문 대통령에겐 권력의지도 없고, 그래서 누군가 국정에 개입했을 거다, 허수아비처럼 (문 대통령을) 내세웠을 거다’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가 “문 대통령은 의전 대통령 같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건 노 전 대통령에게 ‘막말 대통령’ 이미지를 씌운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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