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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까지 1분. 2점 뒤진 상황에서 남은 공격 시간은 5초. 이승현(197cm·오리온)은 이종현(203cm·현대모비스)에게 공을 맡겼다. 이제 4초. 이종현은 골대를 향해 거침없이 날아올랐지만 자신보다 4cm가 더 큰 연세대 이원석에게 가로막혔다. 3점 라인 밖에서 이현중(202cm·데이비슨대)이 흐르는 공을 잡았을 때 여유는 2초뿐이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수비를 뗀 그는 지체 없이 슛을 쐈다. 버저가 울렸고, 공은 림을 갈랐다. 짜릿한 역전에 최준용(200cm·SK)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2020.06.02 8뉴스] '특급 슈터'로 크는 이현중…"기다려라 NBA!"
최준용과 이승현, 이종현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주축이 된 연합팀과 '대학최강' 연세대의 연습 경기에서 나온 결정적 장면이다. 결과는 한 점 차 연합팀의 승리. 먼저 정리를 마친 이승현이 기자에게 슬쩍 다가왔다.
"현중이 잘 부탁드립니다. 한국 농구 미래예요. 당장 대표팀에 들어와도 되는 선수예요."
후배 기를 돋우려는 선배들의 배려 속에 이현중은 이날 단연 돋보였다. 고비마다 3점포를 꽂았다. 이현중은 "형들이 워낙 잘해주셔 재미있게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 '특급 슈터'로 성장…"0.4초 만에 슈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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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농구(NCAA) 무대에서 이현중을 향한 기대는 날로 커지고 있다. 스테픈 커리(191cm·골든스테이트)의 모교, 데이비슨대에서 데뷔 시즌부터 주목을 받았다. 28경기에 출전해 평균 21분 뛰며 8.4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탓에 시즌이 조기 중단된 가운데 지구 신인 베스트 5에 선정됐다. 데이비슨대의 과학적인 지원 속에 3점포의 정확도(37.7%)를 높인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슛을 쏘는 동작이 무척 간결해졌다. 슛 동작에 들어가 공이 손을 떠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을 0.4초로 당겼다. NBA 평균(0.54초) 보다 빠르다. 큰 차이다. 이현중의 손을 떠난 공은 0.14초면 이미 3m60cm 높이를 지난다. 상대 수비수의 신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블로킹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이현중은 키가 2m2cm로 NBA 슈팅가드 평균보다 7cm가 크다. 장점을 극대화해 '특급 슈터'가 되겠단 전략이다.
"국내에선 여유 있게 쏴도 수비에 걸리는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NCAA에선 다르더라고요. 꿈이 NBA 선수고, 또 국가대표 선수라면 저만의 방법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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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만의 특징은 또 있다. 대부분 선수들은 3점슛을 힘 있게 쏘기 위해 무릎을 90도 이하로 굽혀 추진력을 얻는다. 반면 이현중은 다리 각도를 110도 이상으로 유지한다.
"자세를 낮췄다 올라가면 그만큼 수비가 붙을 시간이 생겨요. 무릎을 덜 굽히면 그만큼 시간을 줄여 수비를 따돌릴 여유가 있죠."
고통 없인 성과도 없다. 매일 코트에 따로 남아 3점슛을 1000개씩 쐈다. 목표는 800개 성공. 슛 동작을 바꾼 직후엔 에어볼(공이 림에 맞지 않고 빗나간 슛)이 종종 나올 정도로 부정확했다. 이젠 770개가 림을 가른다. 혹독한 연습 끝에 자신에게 가장 이상적인 포물선 각도(42~46도)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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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이면 1000개를 쏠 수 있어요. 어깨가 엄청 무겁지만 쏘고 나면 굉장히 개운해요."
● 수비력 강화는 시급한 숙제…3&D 선수로 NBA 도전
수비력은 시급히 보완해야 할 숙제다. 이현중은 시즌이 조기 중단되며 뜬 시간을 기회로 삼았다. 이현중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도하는 강성우 퀄핏건강운동센터 디렉터는 "빡빡한 시즌 중엔 훈련을 강하게 할 수 없고, 긴 시즌이 끝난 뒤 방학 기간에도 회복이 우선이다"라며 "지금, 이 시간은 어쩌면 다시없을 좋은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이현중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피지컬이 많이 부족한 걸 알아요. 귀국 후 하루에 네 끼 식사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지난 시즌 때와 비교해 6kg 정도 체중을 늘렸어요. 하지만 웨이트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아요. 스피드와 순발력도 키워야 하거든요. "
롤 모델은 대학 선배인 커리보단 클레이 탐슨(201cm·골든스테이트)이다. 탐슨은 NBA에서 전형적인 3&D(3점슛과 수비 능력을 겸비한 선수) 선수로 꼽힌다. 커리와 탐슨은 골든스테이트의 전성기를 이끈 '환상의 콤비'다. 이현중이 등번호 1번을 택한 이유도 탐슨 때문이다. 탐슨은 워싱턴주립대 시절 1번을 달고 맹활약해 NBA 진출 꿈을 이뤘다.
"NBA 선수는 모두 공격력은 다 뛰어난 선수들이잖아요. 이 선수들을 막을 수 있는 기본적인 수비를 갖추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3점슛도 세트 슛 외에 움직이면서 쏘는 슛의 정확도를 더 높여야죠."
커리를 NBA 최고 스타로 키워낸 맥킬롭 데이비슨대 감독은 다음 시즌 이현중에게 30분 출전을 보장했다. 기회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NBA 드래프트 대상이었던 NCAA 1부리그 4,181선수 명 중에 NBA 부름을 받은 선수는 52명뿐. 1.2%에 불과하다.
이현중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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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에 가지 못하더라도 밑지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얻을 게 더 많을 거라 생각해요. 부담 없이 도전해 보려고요."
이현중이 기적과 같은 꿈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이정찬 기자(jayc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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