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왼쪽에서 2번째)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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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에 휩싸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입을 열었다. 인수 의지엔 변함이 없지만 인수 조건은 다시 협상하자는게 핵심이다. 일부에선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성급한 판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9일 한국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인수상황을 재점검하고 인수조건을 재협상하자고 공식요청했다. 산업은행이 오는 27일까지 인수여부를 결정하라고 보낸 공문에 대한 회신이다.
HDC현산은 이날 A4 4장에 달하는 장문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간 인수포기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인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짧은 코멘트만 반복하던 기존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HDC현산은 "아사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관련 계약이 계약 당사자들 간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6월27일로 예정된 거래종결일 연장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인수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고 실질적 주인인 산업은행을 협상 대상으로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재협상해보자는 얘기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다양하게 이의제기를 해왔으나 산업은행이 '인수를 확정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하니 '인수는 하겠지만 조건은 재협상하자'고 회신한 것"이라며 "현산 입장에서는 적절한 스텝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특히 인수협상 과정에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인수를 위한 전제조건도 명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을 지켜 재무상황을 적정하게 반영할 것 △아시아나항공의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책 마련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제조건이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실하지만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를 상호간에 협의해 보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사실상 산은에 공을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HDC현산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계약 초기부터 인수 금액이 비싸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대상 물건이 훼손된 상황인 만큼 잔금을 모두 치르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이라며 "산업은행이 이런 점을 고려해 적정선에서 가격 조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산의 입장 발표를 두고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성급한 판단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애널리스트는 "결국 정몽규 회장의 의사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실무진이 인수하지 말자고 하더라도 정 회장이 인수를 추진한다면 논리적으로 해석이 안되는 부분이라 함부로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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