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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스포츠월드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곪은 화약 폭발 한화… 솔루션 없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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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한화의 곪아 감춰뒀던 화약이 결국 한순간에 폭발했다. 솔루션 없는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과연 어디 있을까.

「“재계약? 진심으로 그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 나는 우리 한화가 정말 건강한 야구를 했으면 좋겠어. 부상자가 발생하면 휘청이고, 선수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당장은 어렵겠지만 건강한 야구, 그거 하나 만드는 것만 생각해.”」

올 시즌을 앞두고 한창 구슬땀을 흘렸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한용덕 한화 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을 앞둔 상황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2018시즌 한화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3년 차인 올 시즌까지 한용덕 감독의 머릿속은 온통 ‘한화의 건강한 야구 생활’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김선빈 영입 요청 건 역시 자신의 재계약만 생각했다면 끝까지 관철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위보다 한화 그 자체였다.

그랬던 한용덕 감독은 지난 7일 자진 사퇴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른 NC전에서 2-8로 패한 뒤 정민철 단장을 찾아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결국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그토록 댑스와 리빌딩을 외치며 한화의 재건을 위해 분투했지만, 결국 성적에 자유로울 순 없었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한용덕 감독은 자진 사퇴 4일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느 정도 마음을 굳혔다는 뜻을 전했다. 적자생존의 프로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였다. 다만 마지막 순간까지 ‘한화맨’이라는 긍지를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구단은 이를 무시한 채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감독의 쓸쓸한 퇴장을 유도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야구계에선 ‘박정규 한화 사장이 깊이 개입했다’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물론 증거는 없다. 하지만 정황상 증거는 충분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다.

우선 갑작스러운 코치진 보직 이동이다. 한화는 지난 6일 NC전을 앞두고 1군 코치진을 대거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경기 종료 후 퓨처스 코치를 대거 등록했다. 한용덕 감독은 “내가 지시했다”며 “5일 경기 후 결정했다”고 총대를 멨다.

하지만 순서가 맞지 않는다. 5일 저녁에 결정했다면, 6일 오전 보직 이동을 단행한 후 경기를 치렀어야 했다. 하지만 기존 1군 코치는 그대로 출근을 한 상태였고, 퓨처스 코치들은 이날 오전 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에 나섰다. 갑자기 이뤄진 개편이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수족을 모두 잘라내 한용덕 감독을 압박했고,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대행으로 앉히겠다는 큰 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사퇴 발표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날 한용덕 감독의 자진사퇴는 구단 발표가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먼저 나왔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경기 후 정민철 단장을 찾아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한용덕 감독은 마지막으로 더그아웃을 지키고 있었다. 한용덕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직접 밝히기 전에 이 내용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뜻이다.

또한 감독이 자진 사퇴한지 5시간도 지나지 않아 최원호 퓨처스 감독이 감독 대행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퓨처스 코치진이 대거 1군 엔트리에 올라온 이유가 이렇게 증명됐다.

정민철 단장은 이날 경기 후 “감독님만의 과오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오”라고 설명했다. 이 문장 안은 모든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은 사장에게도 있다. 하지만 구단 전체의 리더인 사장은 뒤로 숨었다. 그리고 한용덕 감독의 자진 사퇴로 현재 문제를 모두 덮으려 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어 가겠다던 한화그룹의 브랜드 캠페인이 무색한 박정규 사장과 한화 이글스의 단면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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