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조 적자국채 발행…나라살림 적자비율 5% 돌파해 역대 최고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섯번째인 이번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초슈퍼 추경이다.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한 것은 반세기 만이다.
기업과 상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유동성을 지원하고, 고용 충격에 대응하는 한편,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재원을 담았다. 앞으로 5년간 76조원을 쏟아부을 한국판 뉴딜에 대한 투자에 첫걸음도 뗐다.
국회 3차 추경안 심사 (PG) |
정부는 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위기 조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제3회 추경안'을 확정하고 4일 국회에 제출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안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에서 시작된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 내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추경(28조4천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가장 큰 추경 규모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 추경(13조9천억원)도 넘어선다.
올해 들어 1차 추경(11조7천억원)과 2차 추경(12조2천억원)에 이어 3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패키지 규모는 약 270조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정부 추정치의 14%에 달한다.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추경 소요재원의 약 30%인 10조1천억원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했고, 1조4천억원은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8개 기금의 여유재원을 동원해 충당했다. 나머지 재원 23조8천억원은 적자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3차 추경 편성으로 2019년 본예산 대비 올해 총지출은 16.5%인 77조5천억원 증가해, 총지출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0.6%)를 넘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분야별로 보면, 산업·중소·에너지 예산이 69.7%인 13조1천억원 늘어나 증가속도가 가장 빨랐고, 환경(27%·2조원)·일반·지방행정(22.4%·17조1천억원), 보건·복지·고용(20.5%·33조원), R&D(18.5%·3조8천억원)가 뒤를 이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16.2%인 3조2천억원 늘었다.
반면에 외교·통일(0%·0원) 예산은 그대로였고, 교육(0.4%·3천억원)과 공공질서·안전(3%·6천억원), 국방(3.6%·1조7천억원)은 증가속도가 가장 낮았다.
35조3천억원에 달하는 이번 추경안은 세출(歲出) 확대분 23조9천억원,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세입(歲入) 경정분 11조4천억원으로 구성됐다.
세입경정분은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경상 성장률 하락(3.8%→0.6%)과 세수부족을 감안, 세수감소분 보전을 위해 11조4천억원으로 책정됐다.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세출확대분 23조9천억원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지원(5조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9조4천억원),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3조7천억원), K-방역산업 육성과 재난대응시스템 고도화(2조5천억원)에 각각 투입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성장발판 마련을 위한 '한국판 뉴딜'에는 5조1천억원을 투입하면서 5년간 76조원 투입을 위한 대장정을 개시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주력산업·기업에 대한 135조원의 긴급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할 재원을 5조원 담았다. 고용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등 일자리를 55만개+α만들고 구직급여를 확대하는데 8조9천억원을 투입한다.
하반기 소비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1천600여만명에 농수산물과 외식, 숙박, 공연, 영화, 관광 등 8대 분야에 할인소비쿠폰을 1천684억원어치를 지급한다.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구매액의 10%를 30만원 한도에서 환급해주는 대상 품목에 의류건조기를 추가하고 관련 예산을 3천억원 늘린다.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 [연합뉴스 자료사진] |
투자 활성화를 위해 우리나라로 유턴기업에 대한 전용 보조금을 신설하고, 수출기업에 긴급유동성을 공급하는 무역보험공사에 3천271억원을 출연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낡은 사회간접자본(SOC) 안전보강에 5천525억원을 투입한다.
방역산업 육성과 시스템 보강에도 나선다. 민간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돕기 위해 1천115억원을 배정했다. 경영난을 겪는 의료기관 자금융자에 4천억원, 의료용 보호구와 인공호흡기 등을 비축하기 위해 2천억원을 쓴다.
앞으로 5년간 76조원을 쏟아부을 '한국판 뉴딜'에 대한 투자에 첫걸음을 뗀다.
디지털 뉴딜에 2조7천억원, 그린뉴딜에 1조4천억원, 고용 안전망 강화에 1조원 등 연내 총 5조1천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국 약 20만개 초·중·고 교실에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고, 내용연수 초과 노트북 20만대를 교체한다.
보건소나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건강 취약계층이나 당뇨·고혈압 등 경증 만성질환자와 노인 등 10만여명을 대상으로 웨어러블이나 모바일기기,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원격건강관리와 돌봄을 시작한다.
중소기업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2천880억원을 들여 8만곳에 대해 원격근무 시스템 솔루션 이용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고 SOC 디지털화에 4천800억원을 투입한다.
2천352억원을 들여 노후화로 에너지효율이 떨어진 낡은 공공임대주택과 어린이집, 보건소·의료기관·학교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에 착수한다. 고효율 단열재를 설치하고, 환기 시스템을 보강해 에너지효율을 높인다.
3천억원을 들여 산업단지와 주택, 건물, 농촌에 태양광발전시설 보급을 위한 융자 지원을 확대한다.
3차 추경 재원을 역대 최대 규모인 23조8천억원의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면서 재정 건전성 지표는 역대 최고로 악화한다.
2019년도 본예산 기준 740조8천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40조2천억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증가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7.1%에서 역대 최고인 43.5%로 급등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2019년도 본예산 기준 37조6천억원에서 112조2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9%에서 5.8%로 상승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을 넘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하게 된다.
적자 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지만,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서 단기간 내 성장을 끌어내고 건전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해야 하지 않나 한다"면서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속도에 대해서는 재정 당국도 상당히 경계하고 있고, 중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안의 국회 통과 시 3개월 안에 추경 예산의 75% 이상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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