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오늘의 PGA 소식

이정은 “험한 길 안갔으면 LPGA 신인왕도 없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정은, 투어 홈피에 자전 에세이

하반신 마비 아버지 눈물겨운 헌신… 9세때 골프 시작해 3년간 쉬기도

7년전 서울행 선택이 전환점… 걸어볼 가치 없는 길이란 없다

동아일보

학창 시절 앳된 얼굴의 이정은(왼쪽)이 아버지 이정호 씨(오른쪽), 어머니 주은진 씨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LPGA 홈페이지


“만약 고생스럽고 불확실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US여자오픈 우승이나 신인왕은 없었을지 모른다. 걸어 볼 가치가 없는 길은 없다. 스물넷밖에 안 된 내가 오래전 배운 교훈이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핫식스’ 이정은(24·대방건설)이 LPGA투어 홈페이지에 기고한 자전적 영문 에세이의 마지막 문장이다. 2일 공개된 ‘My Road Less Traveled’(아직 남은 나의 길)라는 제목의 이 에세이에서 그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다. 지난해 미국 진출 뒤 본격적으로 영어를 접한 그는 직접 글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은은 “나는 9세에 골프를 시작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트럭을 운전하셨는데 내가 4세 때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이후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아버지는 인생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버지 이정호 씨는 이정은이 국내에서 활약할 때 직접 장애인용 승합차를 운전하며 운전기사 역할을 했고, 장애인 탁구 선수로도 뛰었다.

이정은은 12세에 골프를 그만뒀던 사실도 밝혔다. “골프가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떠밀려 배우는 기분이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이후 3년간 골프를 쉬었다.” 15세에 다시 골프채를 잡은 것은 티칭 프로가 되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겠다고 생각해서였다.

10대 중반에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고 털어놓았다. “17세에 서울의 유명한 감독님이 학교와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골프 아카데미 기숙사에 들어오겠느냐는 제안을 하셨다. 부모님과 떨어지기 싫었고,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웠지만 해보기로 했다.” 낯선 환경에 대한 도전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차례 상금왕에 오른 그는 지난해 LPGA투어에 데뷔해 최고 루키로 떠올랐다. 3개월 동안 준비한 영어로 US오픈 우승 소감을 밝혔던 그는 “언젠간 완벽한 영어로 소감을 말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