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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힘들고 불확실한 길은 늘 가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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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에는 전환점이 있고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넓고 안전하며 쭉 뻗은 길을 택할지, 아니면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운 좁고 울퉁불퉁하며 굽이친 길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그 여정이 얼마나 큰 차이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우승과 신인상을 거머쥔 이정은(24·대방건설)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쉽지 않은 길을 택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해 지난해 큰 화제가 됐던 '신인상 수상 소감'까지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정은은 2일(한국시간)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에 '아직 남은 나의 길(MY ROAD LESS TRAVELED)'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어린 시절부터 프로골퍼로 성공한 현재까지 이야기를 실었다. 아홉 살에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한 이정은은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트럭을 운전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하셨고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입으셨다"며 "당시 아버지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수도, 인생을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배우고 적응하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 씨는 불편한 몸에도 직접 장애인용 승합차를 운전하며 이정은이 국내에서 활약할 때 운전기사 역할을 했고, 장애인 탁구 선수로도 활약했다. 이정은은 "그 결정은 아버지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내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적었다.

이정은의 첫 번째 '갈림길'은 열일곱 살 때 찾아왔다. "사춘기를 겪는 또래 친구들처럼 열두 살이었던 나는 골프가 지루하다고 생각했고 3년 동안 골프를 쉬었다. 그러다가 열다섯 살 때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한 이정은은 "이번엔 내가 원했고 티칭 프로를 목표로 했다"며 돌아봤다. 그러다가 열일곱 살 때 한 유명 감독이 학교와 골프를 병행하는 골프 아카데미 기숙사에 들어오겠냐고 제안했다.

이정은은 '아버지와 함게 있는 것'과 '골프 실력을 늘리는 것' 사이에서 갈등했고 결국 골프 실력을 끌어올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정은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열아홉 살에 모든 것이 편안한 순천 집 근처의 티칭프로가 됐겠지만 선택의 결과 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6번째로 '이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됐다"고 프로 데뷔 과정을 설명했다.

프로에 입문한 뒤 승승장구했다. 2016년 신인상을 받았고, 2017년 4승을 거두며 대상, 상금왕, 최소 타수상을 휩쓸었다. 2018년 KLPGA 투어 메이저에서만 2승을 거두며 다시 한번 상금왕에 올랐다. 국내 최고 골퍼 자리에 오른 직후 이정은은 또 다른 갈림길과 마주했다. LPGA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하며 한국에 남을지 아니면 낯선 미국으로 갈지 결정해야 했다.

이정은은 두 번째 결정을 할 때에도 고생스럽고 불확실한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성공을 이끌어 낸 이정은은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LPGA에서 뛰거나 US오픈 우승, 신인왕 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신인상을 받은 뒤 영어로 수상 소감을 말한 이정은은 "영어를 잘 못해서 신인상 수상 연설을 3개월 동안 연습했다"면서 "연설 후 받은 박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정은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거나 편하진 않았다. 하지만 가치 있는 길은 늘 그렇다. 이제 스물네 살밖에 되지 않은 내가 오래전에 배운 교훈"이라며 마침표를 찍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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