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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교통정리가 필요한 반목과 갈등의 유소년 야구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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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한국 스포츠 지형에서 야구는 특별하다. 역사성과 전통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도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종목이 바로 야구이거니와 국내 최고 인기종목 역시 KBO리그를 등에 업은 야구라는 데 꼬리표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야구는 스포츠 행정에서도 앞서가야 하는 당위성을 띠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인기종목에는 늘 그렇듯 경쟁이 치열하고 그에 따라 많은 불협화음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야구의 행정력은 기대 이하다.

스포츠 행정의 근본은 무엇일까. 바뀐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최선이라면 바뀐 환경을 반영이라도 해야 하는 게 차선일 게다. 그러나 최근 야구의 행정력은 급변하는 환경에 아예 눈을 감고 있다는 편이 적절할 듯 싶다. 가장 중요한 풀뿌리 야구가 제대로 통합·관리되기는커녕 방치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현재 한국의 풀뿌리 야구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교 야구는 대한야구협회에서 운영하고 있고,그와 비슷한 연령대인 리틀야구는 한국리틀야구연맹에서 관리하고 있다. 리틀연맹은 대한야구협회 산하단체로 등록돼 있다.
한국 스포츠는 최근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았다. 엘리트체육을 지향하는 학교 체육은 이제 낡은 틀이 돼버렸다. 대세는 스포츠 클럽이다. 야구도 최근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유소년 클럽팀을 한데 아우르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이 출범했다. 따라서 풀뿌리 야구는 초등학교 팀을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리틀야구를 운영하는 힌국리틀야구연맹, 그리고 유소년 클럽팀을 거느리고 있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 등 세 조직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세 개의 조직이 있다는 게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똑같은 야구가 조직에 따라 갈라지고 더 나아가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과 반목,그리고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권력을 탐하는 정치판처럼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도 이뤄지고 있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대한야구협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시야구협회에 등록했다가 최근 서울시체육회 감사에 지적되기도 했다. 전국 연맹체가 서울시야구협회에 등록하는 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반목과 질시는 도를 넘었다. 이해관계가 겹치는 리틀연맹과 유소년연맹은 대놓고 으르렁대고 있다. 리틀연맹은 우월적 지위와 폐쇄적 조직문화를 앞세워 리틀연맹소속 팀이 유소년클럽팀과 연습경기만 해도 강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 유소년 클럽팀을 맡고 있는 한 야구인은 “같은 야구인끼리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서로 힘을 합에도 모자랄 판에 밥그릇 타령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리틀연맹의 독단적이며 폐쇄적 문화를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교통정리를 해야할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 체육을 책임지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유소년야구 저변을 넓여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바뀐 유소년 야구 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물론 문제의식도 없다. 야구를 통해 권력을 누리려는 자는 많지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려는 진정한 행정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이라는 야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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