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시티그룹 등 기업가치 내세우며 연대 강화… 방화·약탈서 자산 지키는 효과도
트위터가 31일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의미로 공식 계정 로고 색깔을 검은색으로 바꾸고,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란 해시태그를 넣었다. /트위터 |
경찰의 과잉 체포 과정에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시위가 미국 21개 주(州)·140여 도시로 번진 가운데 미 기업들이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미 기업들은 그간 코로나 대응 방식이나 폭력·마약과 같이 여론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안에선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인종차별과 같은 도덕적 이슈에선 달랐다. 주(主)고객층인 흑인들이 중시하는 것과 기업 가치를 연결해, 이들과 연대 의식을 깊게 하고 방화나 약탈로부터 자산을 지키려고 나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가뜩이나 코로나 확산으로 매출에 타격을 받은 영세 업주들은 "보험도 들지 않았다"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원한다"고 외치며 폭력적인 시위대에 가게를 건드리지 말라고 호소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인 넷플릭스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서 "침묵은 공모(共謀)이며, 우리는 흑인 회원과 직원들, 영상 제작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시티그룹은 회사 블로그에 플로이드가 체포될 때 했던 말인 "숨 쉴 수가 없다"는 문구를 되풀이해 쓴 글을 올렸다. 아예 자사 매장이 불타고 약탈당했던 유통체인 타깃도 "우리는 고통을 겪는 공동체이고, 이번 사태는 수년간 쌓인 고통이 터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타깃은 흑인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성명에서 '흑인(black)'이란 단어를 쓰지도 않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의 어메리커스 리드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에 의견을 내는 것은 종종 특정 집단의 가치와 정체성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점포도 약탈 대상이 되자 가게 앞에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등의 문구를 쓰는 흑인·중남미계 영세 자영업자도 많다. 미니애폴리스에서 멕시코식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리카르도 헤르난데즈는 쇠막대기와 망치를 든 시위대가 접근할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주며 "가게를 부수지 말라"고 애원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4년간 의류 매장을 일궈온 한 흑인 주인은 30일 새벽에 매장이 부서지고 수백 달러짜리 옷과 액세서리를 모두 털리는 변을 당했다. 그는 미 언론에 "나도 플로이드 사건의 고통에 공감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이 매장에 쏟은 피와 눈물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플로이드가 경비원으로 일했던 나이트클럽도 시위대의 방화로 모두 불탔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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