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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육성, 수출, 재활용까지 뛰어난 포수 명가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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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SK 이적 후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포수 이흥련. [사진 SK 와이번스]


'믿고 쓰는 두산 포수.' 프로야구계엔 이런 말이 있다. 두산 베어스가 워낙 포수를 잘 키우고, 두산 출신 포수가 다른 팀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생산, 수출, 그리고 재활용까지 포수에 관해서는 'KBO리그 넘버원'이 바로 두산이다.

SK와 두산은 지난달 29일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두산이 SK에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25)를 내주고 투수 이승진(25)과 포수 권기영(21)을 받는 조건이다. SK는 주전 포수 이재원이 부상으로 빠져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트레이드를 하자마자 SK는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30·31일 인천 한화전에 선발출전한 이흥련이 이틀 연속 홈런을 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4연승을 달리면서 8연패에 빠진 한화를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흥련을 내준 김태형 두산 감독은 31일 경기 전 "안타 하나만 치고 수비 잘하면서 조용하게 가면 좋잖아. (30일 경기에서)3안타를 치면 어떻게 해"라면서도 "갔으니까 잘 했으면 좋겠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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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르라! (창원=연합뉴스) 우정식 기자 = 28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NC 다이노스 경기, 7회말 2사 1,2루에서 NC 양의지가 역전 우월 3점 홈런을 치고 손을 번쩍 들고 뛰어 나가고 있다. 2020.5.28 uhch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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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내준 포수를 받아 성공을 거둔 사례은 한둘이 아니다. 진갑용(삼성), 이도형(한화), 최기문(롯데), 용덕한(롯데) 등이 두산에서 트레이드된 뒤 팀에 기여했다. 최근에도 2017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최재훈,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양의지(NC)가 있다. 최재훈은 2018년 한화의 가을 야구를 이끌었고, 양의지는 NC의 재도약을 견인중이다.

'포수사관학교' 전통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OB 베어스 창단 당시 대전을 연고지로 쓰다가 2년 뒤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그래서 충청권 선수 지명권에다 서울 지역 선수를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과 1대2로 분배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두산은 공주고 출신 김경문을 영입한 두산은 충암고를 졸업한 조범현까지 데려왔다. 훗날 명감독이 된 두 사람은 현역 시절 뛰어난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OB는 승리포수상까지 줄 정도로 포수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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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 베어스 선수 시절 김경문 감독(왼쪽)과 김태형 감독. [사진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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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키우기' 전통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확고한 주전 선수가 있어도 뛰어난 포수가 나오면 드래프트에서 지명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기회를 주면서 세대교체를 하고, 베테랑 포수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두산에서 데뷔해 은퇴까지 한 포수는 김태형 감독을 제외하면 찾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다른 구단들이 두산의 포수 육성 능력을 인정하고, 많이 데려갔다.

이흥련은 '육성'이 아닌 '재가공' 사례다. 이흥련은 2013년 삼성에서 데뷔한 선수다. 진갑용과 이지영에 밀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수비능력을 인정받았다. 두산은 2016년 삼성이 내야수 이원석을 FA로 데려가자 보상선수로 이흥련을 찍었다. 이미 양의지, 최재훈, 박세혁 등이 있지만 포수는 많을 수록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4년 뒤 이흥련을 보내면서 기대주 이승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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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정상호. [사진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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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재활용'도 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LG와 FA 계약이 만료된 뒤 방출된 베테랑 정상호(38)와 계약했다. 연봉은 지난해(4억5000만원)보다 크게 줄어든 7000만원. SK 시절에 비해 타격 능력이 떨어지고, 부상도 잦았지만 경험이 풍부해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정상호는 기대대로 주전 박세혁의 백업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12경기에서 타율 0.120에 그쳤지만 투수들을 잘 이끌어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도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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