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건축술 설파하며 현대 건축과의 조화 추구해온 한옥 전도사
50년 이상 옛 건축물 역사·전통·문화적 의미 찾는데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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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장인 신영훈씨가 28일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신씨는 약 7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해 자택과 요양원에서 투병했다. 이날 오전 11시12분 서울 은평구 진관동 노인전문요양원 인덕원에서 영원히 눈을 감았다.
신씨는 전통 건축술을 설파하며 현대 건축과의 조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온 한옥 전도사다. 50년 이상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옛 건축물의 역사와 전통, 문화적 의미를 찾는데 헌신했다.
그는 1935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부친이 2층 한옥을 지었는데, 각종 연장을 나르는 심부름을 하며 건축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그는 1·4 후퇴 때 고향을 떠났다. 대전 종합고교를 거쳐 서울 중앙고교를 다녔다.
신씨는 훗날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1916~1984)씨의 한국미술 특강을 계기로 문화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국립박물관 보급과에 있던 일제강점기 유물카드를 우리말로 옮기며 한국 미술사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그는 1959년 고고미술사가 임천(1908~1965)씨의 제안으로 국보·보물 보수를 맡을 수 있었다. 임씨는 국보급 문화유산의 중수 및 복원 작업을 주도한 건축계 거장이다. 우리 것을 배우겠다는 신씨를 기특하게 여겨 수원성 동장대 보수 공사에 끌어들였다. 신씨는 이를 시작으로 숭례문 해체 수리, 석굴암 앞 법당 조성 등에 참여했다.
신씨는 1962년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임명돼 석굴암,화엄사 각황전,쌍봉사 대웅전, 진주성 등 수많은 중수 및 보수 공사에서 감독관을 지냈다. 해외에 전통 건축미가 돋보이는 건물을 조성하기도 했다. 덴마크 국립박물관 백악산방(사랑방), 멕시코 차플텍 공원 한국정, 파리 고암서방(이응로 화백 기념관) 등이다.
그는 2000년 8월 한옥문화원을 설립하고 2009년까지 원장으로 지냈다. ‘한옥 짓기 실습’, ‘아파트를 한옥처럼 가꾸는 일’, ‘한옥의 현대화’ 등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우리 거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생전 신씨는 “한옥이라고 하면 살림집만 생각하는데, 이는 한국인이 거주하는 모든 곳을 통칭하는 개념”이라며 “궁궐, 사찰, 고택 등 우리 선인들이 살아 지금도 전해지는 유산들이 모두 한옥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곳에 깃든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올해의 건축문화인상, 지난해 건축역사학회 학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옥과 그 역사’, ‘신영훈·김대벽의 역사기행 시리즈’, ‘건축과 함께한 나의 삶’, ‘한옥의 고향’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숙범씨와 아들 대용(Vcts 말레이시아 대표)·박경리 부부, 딸 지용(지용한옥학교 및 한옥과 문화 대표), 아들 호용(SM 에너지 이사)·이현주(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부부, 손자 재호(VC BOOKS 이사)·혜원(글고운 출판사 대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층 4호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다. 장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 추모공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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