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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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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반등했지만…美셰일은 추락중 "10~15곳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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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올해 시추 예산 바이러스 이전 대비 절반… 월가 투자자 신뢰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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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페르미안분지에 있는 셰일오일 시추시설/사진=AFP


코로나19가 미국의 셰일 오일과 가스 업체들을 도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몇 곳은 이미 파산했다. 일부는 파산 문턱에서 살아남았지만, 업체당 분기 순손실이 10조원을 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 원유 수요 감소 이후 급감한 미국의 셰일 생산량이 바이러스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셰일 업체 수가 감소하고 있고, 살아남은 업체들은 공격적 성장 전략을 추진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위기가 끝난 뒤에도 생산 급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인식이 원유 및 천연가스 업체 대표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미국의 고수익 셰일 채굴업체 채무불이행률이 올해 25%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줄잇는 파산…"美 셰일업체 중 10~15개만 생존할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은행 투더 피커링 홀트앤컴퍼니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 셰일업계 중 10~15개만 생존할 것이라고 봤다. 향후 엑손모빌, 셰브런 등 대형 석유기업과 일부 독립업체들의 소형업체 인수합병(M&A)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셰일 기업들은 이미 파산보호신청(챕터 11)을 했거나, 파산보호신청을 검토중이다.

화이팅페트롤리엄, 울트라페트롤리엄,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 등 일부 시추업체들은 이미 파산했고, 오아시스페트롤리엄과 체서피크에너지 등은 사업을 계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체서피크에너지는 올 1분기에 83억달러(10조167억원) 적자를 기록,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파산신청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체서피크는 올해 임원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고, 각종 수당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또 파산을 통한 채무재조정뿐 아니라 상장을 취소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유닛코퍼레이션도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어드에너지II의 랜스 테일러 CEO는 "배럴당 50달러대에서도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30달러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옥시덴탈·노블에너지·할리버튼·마라톤오일 등은 올 들어 시총이 3분의 2 이상 줄어들 만큼 실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미국은 올초만 해도 하루 석유 1300만배럴을 생산했다. 미국 셰일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생산량을 두 배 이상 증가시키면서 미국 석유 생산의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을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만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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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파산보호신청을 한 화이팅페트롤리엄의 셰일 드릴장비. 2009년 7월 17일 노스다코타주 스탠리 인근에서 촬영된 것이다./사진=AFP




올해 시추 예산 바이러스 이전 대비 절반 축소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가 최근 수일 간 반등해 배럴당 33달러를 웃돌고 있지만, 미국의 생산량은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이 기존 광구(rigs)로부터의 생산 감소를 만회할 충분한 양을 시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 광구는 초기 시추할 때 대량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지만, 사용을 안하게 되면 금방 열기가 식는다. 리서치업체인 우드매켄지는 "새로운 광구에 투자하지 않으면 많은 기업의 생산량이 단 1년 만에 30~5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미국 셰일 기업들은 올해 시추 예산을 대폭 줄여 시가총액 상위 15개 기업이 지출을 평균 48%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의 46개 업체들의 올해 자본 투자액 합계는 380억달러인데 이는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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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마킷 "올 여름 일일 900만배럴로 바닥칠 것"

관건은 언제 셰일업체들이 바이러스 이전 생산량과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다.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내년 초 일일 108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 1월 초의 1350만 배럴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이다.

대니얼 예르긴 IHS마킷 부회장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올 여름쯤에 900만 배럴로 바닥을 칠 것이고, 이후 약 1100만 배럴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오기 전인) 2월이 셰일 생산 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수년 동안은 코로나19 위기 이전의 생산량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에너지기술기업 베이커휴즈는 "3월 중순 이후 미국의 석유 시추작업은 3분의 2가량이 중단됐다. 기업들이 아무리 빨리 시추를 재개해도 생산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OG 리소시즈의 빌 토머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에 미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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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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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투자자, 이미 셰일에 등 돌렸다

예르긴 IHS마킷 부회장 등 전문가들은 셰일 업계가 최근의 위기를 넘기고 회복을 시작하더라도, 생산량 증가 추세가 지난 수년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지난 수년간 수익이 저조하면서 월가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미국의 대형 공공업체들은 지난 10년간 총 1조1800억 달러를 시추와 추출에 쏟아 부었다. 대부분 셰일 방식에서였다. 하지만 에버코어 ISI에 따르면 석유 업체로부터 8190억달러의 현금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이번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도 투자자들은 셰일업계에 대해서 등을 돌렸다. 지난해 업체들은 회사채와 주식 발행 등으로 230억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유가가 곤두박질쳤다가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던 지난 2016년 약 570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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