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번복… "2023년까지 제로로 만들겠다"
화웨이 우호적이던 獨서도 반중 여론 확산
전체 매출 4분의 1 담당 유럽시장서 위기
영국이 오는 2023년까지 자국 내 5G(5세대) 이동통신 사업에서 중국의 화웨이 참여를 ‘제로’로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유럽시장에 사활을 걸던 화웨이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압박에도 정보유출 가능성이 적은 비핵심 5G망 구축사업에는 화웨이가 최대 35%까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던 영국이 당초 방침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장을 번복한 데는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이에 따른 반중(反中) 감정이 있다.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으면서 약속한 일국양제를 흔드는 홍콩보안법 강행 행보를 보인 것도 영국 내부적으로 반중 여론을 확산시키며 화웨이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최근 독일 등 다른 유럽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어 화웨이의 ‘시장 사수’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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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가디언·텔레그래프 등 영국 현지언론을 종합하면,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 1월 화웨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뒤집어 화웨이가 5G 구축사업에 개입할 여지를 제로로 만들라고 실무진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기존 화웨이에 우호적이었던 여당 보수당 주류가 반중 노선으로 돌아서 총리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월에만 해도 코로나 확산 전이었지만, 지금은 다시 화웨이와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악화하면서 중국이 감염병 초기단계에 대해 투명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2일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회)에서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홍콩국가보안법 상정을 강행한 것도 공분을 사고 있다. 오는 28일 홍콩 국가보안법 초안이 전인대를 통과한다면 화웨이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영국뿐 아니라 화웨이 장비를 제한적으로라도 채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다른 유럽국가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도 위기요인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화웨이 장비 채택 입장을 고수했던 독일에서도 최근 반중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기술패권을 옥죄기 위한 타깃으로 삼았던 화웨이는 이제 더 이상 한 기업이 아닌 중국이란 국가와 동일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에 대한 적개심이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화웨이에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송윤혜 |
유럽 시장은 화웨이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이다. 지난해 기준 화웨이는 유럽을 포함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2060억위안(약 3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5067억위안)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이다. 화웨이가 미국의 압박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유럽에서 시작될 5G 인프라 투자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화웨이가 중국 외 첫 5G 부품공장 부지로 프랑스를 택한 것도 유럽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최근 이런 반중 분위기 확산에도 유럽 통신사들의 재정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당장 화웨이를 배제하기 힘들 것이란 현실론도 나온다. 이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다른 통신장비 제조사를 선택해 투자비용을 늘리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로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그 우선순위가 5G망 같은 인프라 투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각국의 통신사 지원으로 화웨이를 배제하는 시나리오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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