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오인청원에 몸살 앓는 靑국민청원
“군포서 망치맞은 개”, 알고보니 교통사고 당한 태국 개
‘7세딸 성학대 아빠 사진’은 중국서 제작된 아동음란물
靑, “허위 청원 대응방안 내부 논의키로”
국민 청원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에 한 달 내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가 답변하는 제도다. 20만명 미만 청원으로 대상을 넓히면 지난 3년여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총 44만여 건 중 허위·과장·오인 청원은 최소 수천건 이상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다.
한 청원인이 2018년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개도살을 멈추게 해달라"며 첨부한 링크 영상.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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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엔 ‘도살장에서 망치로 머리를 맞던 개가 잠시 튀어나가 옆에 있는 자신의 새끼에게 젖물리며 죽었다. 짐승만도 못한 개도살을 자행하는 사람들. 개도살을 멈추게해달라. 보신탕이 시중에 팔리지 않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활동가가 군포 개농장을 가본 순간 개백정이 망치로 도살 도중 머리가 깨지고 눈알이 튀어나왔다’는 자막과 함께 다친 개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영상을 링크로 첨부했다. 이 청원엔 한 달간 21만4251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영상에 나온 개는 우리나라 개농장에서 망치로 머리를 맞아 죽은 개가 아니라 태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개였다. 2016년 10월 태국의 한 방송이 소개한 영상으로, 차 사고로 크게 다친 어미 개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이었다. 이를 ‘활동가가 군포 개농장에서 직접 목격한 개’로 둔갑시킨 것이다.
한 청원인이 2018년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를 구해달라"며 올린 청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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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8년 4월엔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구해달라’며 7살 여자아이의 아빠를 고발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7살 딸과 매일 밤 성관계를 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스스로를 아이 아빠라고 지칭하는 글 작성자는 아이 엄마가 외출할 때 마다 아이와 성관계를 갖는다며 아이 성기에 본인 성기를 들이민 사진을 인증 사진으로 올렸다”고 했다. 여아의 나체 사진에 성인 남성의 성기가 함께 찍힌 사진을 음란사이트에 올린 것이었다. 이 청원에도 21만6163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이 청원은 ‘오인 청원’이었다. 국내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아니라 중국에서 제작·유포된 아동음란물을 캡처해 미국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에 올린 사진이었다. 다만 경찰은 이 청원과 관련해 나온 국내 언론 기사에 음란 댓글을 단 3명을 검거했다.
이밖에 지난 2월 ‘경기도 한 공원에서 청소년들에게 폭행·감금을 당했다’는 청원, 지난달 ‘청주시가 복지시설인 충북희망원의 고아들을 탄압했다’는 내용의 청원 등은 허위로 밝혀지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허위 악성 청원이라 해도 청와대가 직접 대응할 경우, 국민청원 자체가 위축돼 본래 취지를 잃을 수 있다”며 “다만 행정력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앞으로 허위 청원엔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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