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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美송환 앞둔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아들을 아버지가 고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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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경찰이 서울의 한 성인 PC방에서 음란물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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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아들이 미국 수사기관으로 보내질 상황에 처하자 아버지가 아들을 고소했다. 범죄수익금으로 할머니 병원비를 내면서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혐의였다. 아들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의 부친이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11일 고소했다. 아버지가 직접 아들을 고소한 이례적인 상황이다.

아버지는 고소장에서 아들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은닉했다고 주장했다. 범죄 수익금으로 할머니의 병원비를 지급하며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고도 적었다.

아들 손씨는 특수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에서 생후 6개월부터 4세까지 여아들에 대한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며 전세계 유료회원 4000여명으로부터 4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은 혐의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상태다.

지난달 27일 손씨는 구속 기간 만료로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검찰은 손씨를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법원에 인도 심사를 청구했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출소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 연방대배심이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의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손씨의 신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만 양국의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서는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미국 법원의 심사 대상에 올랐다. 아버지가 아들을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 한국 검찰에 고소한 것 역시, 이러한 법적 허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자금 세탁 혐의로도 처벌을 받을 경우 미국에서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등 수위가 낮지만,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에서는 자금 세탁 규모가 50만달러 이상이면 최대 징역 20년, 미만이면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 받는다.

아버지는 지난 4일 법원에 아들이 미국에 다시 송환돼 재판을 받는 것은 가혹하다며 국내에서 처벌을 받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는 탄원서에서 “식생활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성범죄인을 마구 다루는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는 미국으로 송환이 된다면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며 “원래부터 흉악한 애가 아니기 때문에 교도소 생활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금 세탁과 소지죄만 적용해도 50년, 한국에서의 재판은 별개의 재판이라고 하면서 몇 개의 기소만 소급해도 100년 이상인데 어떻게 사지에 보낼 수 있겠느냐"며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도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앞서 지난 4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아들이) 용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엔 가족이 조그만 전세 사는 것이 안타까워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며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고 강도·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선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는 오는 19일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손씨의 인도 여부는 최종 심리 후 약 2개월 안에 결정된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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