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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동교로] 정지훈 기자= 유튜브의 대중화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다. 유튜브 조회수가 돈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많이 읽히는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축구 콘텐츠도 마찬가지. 그러나 여기 축구 전술이라는 평범한 콘텐츠로 특별한 축구 채널을 만든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새벽의 축구 전문가'라는 축구 전술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페노(28, 본명 안민호)다. 축구계의 명언 중 하나인 '심플 이즈 더 베스트(Simple is the best)'를 지키며 축구 전술 콘텐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페노를 축구 전문 매체 '인터풋볼'이 만나봤다.
# 2002 월드컵 세대, '축구 황제' 호나우두를 보고 자란 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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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노라는 이름에서 딱 느낌이 왔다. '축구황제' 호나우두.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호나우두의 별명이 바로 페노메논(phenomenon, 경이로운 사람)이다. 최근 축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호나우두의 플레이를 보고, '페노'가 들어간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새벽의 축구 전문가' 페노도 마찬가지. 스스로를 2002 월드컵 세대라고 말하는 페노는 어렸을 때부터 K리그와 유럽 축구를 보고 자랐고, 2002 월드컵에서 호나우두의 활약을 보며 축구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축구 기자, 축구 해설가 등 여러 길이 있었지만 자신만의 축구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가장 기본적인 축구 전술 콘텐츠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놀라운 일이었고,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것이 통했다.
-우선 페노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
브라질의 축구 황제 호나우두의 별명이 페노메논이다. 어렸을 때부터 호나우두를 좋아했고, 그래서 모든 아이디를 페노메논으로 쓰고 싶었다. 그러나 중복된 아이디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제 이름인 민호와 페노를 합쳐서 페노미노라고 하기로 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 페노미노로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들리 감이 있었다. 그래서 페노로 하기로 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 그리고 호나우두를 좋아한 이유는?
저는 정확하게 2002년 세대다. 당연히 축구 선수도 하고 싶었지만 못하게 되면서 축구일을 하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다. 대학교 진학도 일부러 신문방송학과로 했다. 축구 기자를 꿈꿨다. 축구 기자라는 삶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보고 싶어서 수원 삼성 블루윙즈 기자단에 들어갔고, 경험을 했는데 제 생각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해설위원 분들을 보면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자는 좀 달랐다. 인터뷰 재주도 없었고, 내 생각을 말하는 직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찾았고, 창업을 했다. '책 끝을 접다'라는 책을 소개하는 채널을 만들었는데 잘돼서 리디북스에 인수가 됐다. 인수가 되면 5년이라는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야 했다. 그때 생각이 들었던 게 출판계에서 오래 일하기는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더 나이가 먹기 전에 축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축구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축구 기자의 꿈을 접고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축구 기자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면서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축구 기자는 빠르게 정보를 수집해서 독자들에게 전달을 해야 하고, 인터뷰 상대와 이야기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야 했지만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축구 유튜브를 생각했다. 내가 가진 축구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사실 저명한 축구 해설자가 아니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냥 단순하게 영상을 통해 축구 이야기,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유튜브 채널은 전문성을 허무는 플랫폼이다. 출판일을 하면서 디자인도 배웠기 때문에 축구 전술 영상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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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다. 힘들었던 점은?
바로 잘 된 것은 아니다. 출판일을 그만 둘 때, 학교는 반 학기 정도가 남아 있었다. 축구 유튜브를 편하게 시작했고, 반 학기 동안 시험 삼아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처음에 사람들이 축구 전술 유튜브라고 생각하면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너무 길어지면 당연히 안 볼 것이라 생각했다. 5분이나, 3분 정도로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만들었다. 자연스레 말이 빨라졌다. 지금은 10분 정도 영상을 만드는데, 처음에는 말이 너무 빨라 호불호가 있었다. 사실 축구 전술 분석을 5분 안에 할 수는 없다. 이후에는 점차 5분, 7분, 10분으로 분량을 늘려 영상을 만들었다.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졸업 전에 유튜브가 확 올라갔다. 그래서 제대로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 축구인이 되고 싶은 새벽의 축구 전문가, "대중성+전문성 모두 잡고 싶어요"
유튜브 콘텐츠에서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성을 쫓다보면 자극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고, 전문성을 찾다보면 대중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새벽의 축구 전문가' 페노는 이 어려운 길을 계속 걷고 있다.
목표는 분명하다. 단순한 축구 유튜버가 아닌 축구인이 되는 것이다. 유튜브라는 대중성이 있는 채널에서 전문적인 분석을 하고 있고, 누구나 쉽게 축구 전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짧은 영상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 그러나 페노의 꿈은 더 높은 곳에 있었고, 축구인이 되기 위해 느리지만 꾸준하게 걸어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는데 어떤 특별함이 있었을까?
본격적으로 전술 분석을 한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전후였다. 당시 축구 전술 분석을 하는 유튜브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다 보니 만 명씩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1년 정도까지는 꾸준하게 늘었다. 축구 전술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그때는 특별했던 것 같다. 물론 자리를 잡고도 어려움이 있었다. 저작권 문제로 영상을 다 내려야 했다. 블락이 걸리다보니 구독자가 뚝 끊기게 된다. 어려움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영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영상을 쓰려면 방송국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JTBC와 스포티비에 제안서를 만들어 무작정 보냈다. 감사하게도 JTBC에서 코파 아메리카와 독일 분데스리가 영상을 쓰게 허락해줬다. 이후에는 K리그에도 제안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먼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제안을 주셨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한 것이 아니라 무작정 제안서를 뿌렸고, 좋은 답변을 받았다. 운도 좋았다. JTBC가 마침 유튜브를 하고 싶어 했다. 코파 아메리카는 크게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채널에서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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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새벽의 축구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게 됐는가?
유튜브는 사람들에게 빨리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 고민을 했다. 그냥 축구 전문가는 평이했다. 유럽 축구가 새벽에 하기 때문에 새벽의 축구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쓰게 됐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유럽 축구에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축구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사실 유튜브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도, 반응은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반응에 대해 무서워 할 이유는 없다. 자신감 있게 콘텐츠를 만들고, 반응을 보는 것이 좋다. 소통도 중요하다. 피드백을 받아들이면서도, 너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적인 목표
일단 가장 큰 목표는 축구인이 되는 것이다. 유튜버도 좋지만, 축구 전문가와 축구인으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축구계에서 한 명의 전문가가 되고 싶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사실 한국 축구 문화가 아주 대중적이지는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축구는 분명 대중적인 콘텐츠다. 축구 유니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축구 유튜버들과 협업을 많이 하고 싶다. 축구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
-최종 목표인 축구인. 어떤 축구인이 되고 싶은가?
축구가 아직까지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에는 딱딱하다고 생각한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저는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다가갈 것이고,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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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지훈 기자
사진=필 스튜디오, 게티이미지, 새벽의 축구 전문가 캡처
인터풋볼의 말: 새벽의 축구 전문가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2편에서는 K리그 전술 분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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