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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코로나·저유가로 물가도 '쇼크'… 또 커진 디플레이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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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물가 0.1% 상승…작년 10월 이후 최저
정부 "무상교육 등 일시 영향… 디플레 우려 없어"
전문가 "경기부진 장기화 대비해 미리 대응 해야"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0.1%로 떨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비스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저유가 쇼크가 겹쳐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물가를 끌어올릴 동력이 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9월 처음으로 마이너스(-0.4%)를 기록했고 그 다음달엔 0%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4월 물가상승률 둔화가 코로나 여파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디플레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로 인한 경제활동 봉쇄가 심각하지 않아 수요 측면의 활기를 상대적으로 쉽게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수 수요 회복이 말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조선비즈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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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유가는 코로나+저유가+무상교육 영향"

4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4월 대비 0.1% 상승했고, 지난 3월에 비해서는 0.6% 하락했다. 전월대비 소비자 물가지수 하락폭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9년 4월(-0.7%)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것이 물가상승 압력을 크게 낮췄다.

통계청은 소비자 물가를 크게 떨어뜨린 요인으로 ▲코로나로 인한 서비스 수요둔화 ▲저유가로 인한 석유류 가격 급락 ▲고교납입금 무상화 등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비스물가는 전년대비 0.2% 상승하는데 그쳤고, 전월대비로는 0.2% 하락했다. 서비스물가 등이 포함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대비 0.3% 상승해 작년 9월(-0.9%) 이후 최저 상승률을 나타냈다.

주요 품목별로는 호텔 숙박료가 지난해 4월에 비해 6.8% 떨어지고, 승용차 임차료(렌터카)는 16.0% 하락했다. 해외단체여행비는 10.1% 하락했다.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탓에 생화 가격도 4.2% 떨어졌다. 외식물가는 0.8% 상승했다. 평균적으로 연초에 외식 물가가 상승하지만,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4개월 연속 상승 폭이 0%대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외식물가 상승 폭이 4개월 이상 0%대에 머무른 건 2012년 5월~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 물가 압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은 공급 측면에서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선물 최근월물)은 올해 1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현재 2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전체 물가에 영향력이 큰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6.7% 하락했다. 경유가 11.8%, 휘발유가 5.1% 각각 떨어졌다.

통계청은 고교무상교육 확대로 공공 서비스 물가가 하락한 것도 저물가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고등학교 3학년에게만 제공하던 무상교육이 2학년까지 확대된 영향이다. 공공서비스는 전년대비 1.1%, 전월대비 1.6% 하락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행, 외식 등 서비스 부문이 약화된 가운데 석유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예정됐던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책의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했다.

◇정부 "디플레이션 아냐"... 전문가 "압박 상당, 대응 필요"

4월 물가 상승률이 다시 0%대로 떨어졌지만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통계청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경기에 문제가 생기고 수요가 줄어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디플레로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수요 침체로 인한 저유가가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로 인한 수출 부진이 경기침체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현재 상황은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상태이기는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꽤 오랫동안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물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히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수출로 인한 경기 부진도 지속될 것이고,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이 더 강화될 수 있어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영향력의 지속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구조를 봤을 때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 고령화, 가계부채 등은 디플레이션 압박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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