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와 함께 점점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 트래픽을 기존 서버·컴퓨팅 구조로 감당하기 어려운 '병목현상'이 IT업계의 극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외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과 서버기업, 각종 연구기관들이 '메모리 중심 컴퓨팅'을 목표로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중심 컴퓨팅 기술을 개발·상용화하기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중장기 과제를 진행하는 동시에 HPE 등 서버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내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서버 시장을 중심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 로드맵이다.
CPU 중심 컴퓨팅(왼쪽)과 메모리 중심 컴퓨팅 시스템. /HPE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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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IDC의 자료에 의하면 오는 2025년 세계적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는 163제타바이트(ZB=1021B)로 그중 5.2제타바이트는 실제 데이터 처리 및 분석되어야 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6년에 비해 처리할 데이터의 규모가 10배 수준으로 증가함을 의미한다. 여기에 자율주행 및 원격 의료 진단과 같은 데이터 처리도 2025년까지 전체 생성 데이터의 20%까지 증가해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처리 또한 요구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의 CPU(중앙처리장치)-D램-스토리지 구조로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메모리 중심 컴퓨팅이다. 메모리 중심 컴퓨팅이란 기존처럼 CPU 기반의 컴퓨터가 아니라 다수의 메모리 노드를 고속의 패브릭(Fabric)으로 연결해 거대한 공유 메모리 풀(Pool)을 구성하는 컴퓨팅 아키텍처를 말한다. 이 공유 메모리 풀을 통해 복수의 컴퓨팅 노드가 각자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컴퓨터의 정보 처리 속도가 크게 높아진다.
학교 교실로 비유하자면, 지금은 담임 선생(CPU)이 A라는 학생(데이터)을 찾기 위해 4명의 분단장(D램)을 호출하고, 그 분단장이 각각 자신의 분단(스토리지)에 해당 학생을 찾아 손을 잡고 데려오면 담임이 면담을 하는 프로세스다. 이를 지난 수십년간 컴퓨팅 과정의 핵심 구조로 자리잡은 '폰노이만 구조'라고 한다.
반면 메모리 중심 컴퓨팅이 지향하는 방식은 '분산형 프로세스'를 강조한다. 교실을 굳이 4개의 분단으로 나눌 필요 없이 8개나 10개의 소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담임 선생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 소그룹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공간을 둘 수도 있다. 만약 담임 선생이 특정 학생을 찾아 면담을 하고 싶을 경우 공통의 공간(공유 메모리 풀)으로 그 학생을 불러오면 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구조의 컴퓨팅 시스템을 메모리 중심(Memory-Driven) 컴퓨팅이라고 칭한다.
앞서 HPE와 삼성전자는 이같은 방식의 컴퓨팅 혁신을 위해 지난 2016년 'Gen-Z'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을 결성한 바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RM, 브로드컴, 웨스턴 디지털 등 세계 상위권 반도체·스토리지 업체들과 IBM, 화웨이, 델 EMC, HPE 등 최대의 서버 업체들이 새로운 컴퓨팅 방식을 확립하기 위해 뭉친 것이다.
HPE 관계자는 "인텔 CPU 기반의 기존 서버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CPU와 관계없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컴퓨팅 아키텍처를 만들기 위한 것이 메모리 중심 컴퓨팅"이라며 "현재 테스트 중인데 데이터 검색 등 특정한 연산의 경우 인텔 x86 아키텍처보다 성능이 100배 이상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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