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나흘만에 美 WTI 25% 뚝… 가디언 “내달중 세계 저장고 포화”
선박-철도에 동굴까지 대안으로… 늑장 감산합의도 유가하락 부추겨
일각 “6월물도 마이너스 불가피”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6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4.6%(4.16달러) 하락한 배럴당 12.78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30% 이상 하락하며 11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6월물 역시 6.8% 낮은 19.99달러로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보다 3분의 1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저장 공간 부족 전망, 산유국의 감산 합의에 대한 회의론 등이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원유시장 전문가들이 34억 배럴을 담을 수 있는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재래식 석유 저장고가 다음 달 중 포화 상태, 즉 ‘탱크 톱(tank top)’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대체 저장고를 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초대형 유조선, 철도 화물칸은 물론이고 지하 소금동굴까지 대안으로 등장했다. 미 로스앤젤레스 앞바다, 싱가포르 해안 등에는 원유를 가득 싣고 투자자들을 기다리는 유조선들이 북적인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는 5월부터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의 감산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 자체가 이달 중순 이뤄져 너무 늦은 데다 감산 규모 역시 작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탱크 톱’을 피하려면 5월에 하루 100만 배럴, 6월에 하루 5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산유국의 감산 규모가 세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요 감소를 극복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큰손 투자자들이 선물계약 정리에 나선 것도 유가 급락을 부채질했다. 선물 만기일이 다가오면 투자자들은 계약을 정리하거나 예정대로 원유를 인수해야 한다. 5월물 WTI 역시 이달 21일 만기일을 앞두고 ―37달러까지 떨어졌다. 다음 달 19일 만기일에 가까워질수록 6월물 WTI 또한 가파른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6월물도 마이너스 유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선제적으로 마이너스 유가를 전망해 큰 주목을 받았던 폴 생키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오일프라이스닷컴에 “5월 중 WTI 가격이 ―1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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