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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5세대 이동통신

중국 5G 시장에서 희비 엇갈린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노키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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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통신사 입찰서 외신업체서는 유일하게 에릭슨 수주 성공
美 사모펀드 적대적 M&A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노키아는 배제
다음 큰 시장은 화웨이 빠지는 미국… 에릭슨·노키아·삼성 삼파전 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가 동반 침체하자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5G(5세대)이동통신 인프라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경기부양책 일부로 5G망 투자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5G망을 제공하는 장비업체들로선 최소 향후 5년간 지속될 투자로 최대 호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다만 5G 투자가 예상보다 빨라진 중국에서는 통신장비 업체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8일 외신과 통신장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3대 통신사의 입찰이 마무리된 중국 시장에서는 화웨이·ZTE 같은 자국업체가 수주를 휩쓸었고, 외산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업계 2위 에릭슨만 약간의 물량을 받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5G 시장에서 일정 입지를 갖고 있던 노키아가 수주 ‘제로'를 기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비즈

화웨이, ZTE 같은 중국 현지업체들이 5G 입찰을 싹쓸이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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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1835억위안(약 31조8000억원) 규모의 올해 5G SA(단독 규격) 장비 주요 공급업체로 현지업체인 화웨이, ZTE를 택했다. 전국 25만개의 기지국을 건설하는 데 화웨이와 ZTE에 35.9%씩 물량을 배정했고, 다탕이라는 중국 업체가 10.3%를 할당받았다. 총 3개 업체가 받아간 물량만 전체 82%가 넘는다. 에릭슨이 여기에 17.9%를 배정받아 외산업체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앞서 3월 말 가장 먼저 입찰 결과를 발표한 차이나모바일도 전국 23만여개의 기지국을 화웨이(57.25%)에 몰아줬다. ZTE(28.68%), 에릭슨(11.45%), 다탕(2.62%)이 순차적으로 물량을 배정 받았다.

업계에서는 중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와 ZTE 시장점유율이 각각 50%대, 3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다만, 기존에 에릭슨과 함께 중국 통신사 물량을 수주 받았던 외산업체인 업계 3위 노키아가 이번에만 빠진 데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의도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통신장비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중국 통신 3사의 무선통신망 2차 입찰결과를 보면, 노키아가 기존에 배정 받던 물량을 중국 업체에 내줬다"면서 "미국이 미·중 갈등의 일환으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 사모펀드가 노키아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는 적대적 M&A(인수합병)설이 계속 나오자 이를 의식해 노키아를 전략적으로 배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 측은 이와 관련 중국 통신사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아직 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는 입장 정도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 에릭슨은 되고, 노키아는 안 된다?

화웨이를 견제하고 5G 입김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이 에릭슨, 노키아에 지분 인수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러브콜을 보낸 것은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이 노키아만 입찰에서 배제한 것은 최근 미국 측이 에릭슨보다는 노키아를 좀 더 최적의 카드로 보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미국계 사모펀드가 노키아를 적대적 M&A할 수 있을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블랙스톤이 노키아를 적대적 M&A할 수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노키아가 이를 막기 위해 투자은행 씨티그룹을 고용했다고 전했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노키아가 M&A설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스웨덴의 삼성’으로 불리는 발렌베리그룹 회사인 에릭슨보다 지분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전 세계 5G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5G 통신장비 업체를 인수할 경우 향후 몇 년 내 2배 이상의 수익이 보장돼 있어 지분 매각(엑시트)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키아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분 4%가량을 보유한 핀란드 국영 투자회사 솔리디움이다.

◇ 5G 투자 본격화하는 美로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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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민경



코로나로 인해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유럽 내 5G 시장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통신장비 업계는 올해 하반기 본격화할 미국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 AT&T, T모바일은 코로나와 관계 없이 올해 예정된 5G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1일자로 T모바일·스프린트 합병이 승인된 것도 이런 투자 기대감을 지피고 있다.

이 시장은 화웨이·ZTE 같은 중국 업체들의 진입이 제한돼 있는 만큼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 회사 중 유일하게 1분기 실적발표를 진행한 에릭슨의 뵈르예 레크홀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T모바일과 스프린트간 합병이 승인된 만큼 하반기에는 북미시장에 집중해 수익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2월 말까지 5G 계약건수는 화웨이가 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81건, 68건으로 뒤를 이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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