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뜨고 있다. 전 세계가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한국이 보여준 코로나19 대응 방식과 방역 시스템이 그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다는 게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민의 자발적 협력은 다른 나라에 모범이 되고도 남음이 있어 K-방역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 우연을 가장해 복처럼 주어지는 게 세상사라고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게 주어진 기회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코로나19가 세상에 끼친 충격이 워낙 컸던 만큼 앞으로 전 세계가 급격한 구조변화에 휩싸일 것이라는 게 혜안을 지닌 석학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과연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도한 새 물결을 선도하는 주역이 될 수 있을까. 특히 이러한 흐름에서 K-스포츠는 어떤 방향성을 견지해야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속한 진단 키트로부터 창조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선별 진료소까지,코로나 방역에서 시작된 한국의 새 바람은 그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다.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선두주자로 떠오른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ICT(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초연결사회로 진입한 데다 바이러스 여파탓에 향후 변화의 핵심인 비대면 기술기반을 갖춘 사실상 유일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며 “우리가 걸어가면 새로운 길이 되고, 세계인들이 따라오고 있다”며 세계적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는 국민들을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세계의 모범이 된 K-방역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껏 끌어올리며 각 분야에 걸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데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었지만 이를 산업으로 묶어내는데는 몇가지 이유로 버거워했다. 경기력은 뛰어났지만 적어도 산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자본과 시장의 한계로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스포츠 산업의 방향성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한국 사회의 구조와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제조업에 편중된 어설픈 전략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스포츠를 경기력 중심으로 접근해 시장과 자본이 결합된 산업의 측면은 그리 심도있게 논의하지 않은 탓이 컸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는 한국 스포츠산업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관중이 떠나버린 세계 스포츠시장에서 한국이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력이 뒷받침된 수준급의 리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그리고 축구에 죽고 사는 유럽 팬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체제로서의 가치가 있는 리그를 보유한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곧 콘텐츠 소비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다른 리그가 코로나 19로 열리지 못하는 틈을 비집고 K-스포츠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다면 한국 스포츠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일대 사건이 될 수 있다. 국내 스포츠가 세계 스포츠시장에 편입되면 차원이 달라진다. 단순한 중계권 사업에서 벗어나 선수간 이동이 용이해지는 것은 물론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융·복합 산업이 생겨 스포츠산업의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K-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소비욕구는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리그의 공급이 급감하면 자연스레 K-스포츠의 가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다음달 5일 개막하는 한국의 KBO리그에 야구의 본고장 미국 팬이 관심을 갖는 기상천외한 일이 생기는가 하면 오는 8일 시작하는 프로축구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건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다.
기회는 앞선 자에게 주어지는 하늘의 선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급부상한 K-스포츠에 밝은 햇살이 계속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두를 추격하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에서,무주지를 개척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의 변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세계인의 관심과 애정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경쟁력있는 플랫폼의 구축, 이게 바로 방황하던 한국의 스포츠산업이 겨눠야하는 바람직한 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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