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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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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박경상 “아들이면 농구, 딸이면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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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결혼식 앞둔 ‘배·농 커플’

2013년 만나 누나·동생서 부부로

황 “힘들면 시집오라는 말에 놀라”

박 “지혜로운 여자, 날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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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결혼식을 올리는 여자배구 황연주(왼쪽)와 남자농구 박경상 커플.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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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며 웃는 얼굴이 서로 닮았다. 여자배구 황연주(34·현대건설)와 남자농구 박경상(30·현대모비스)이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를 들려줬다. 23일 경기도 용인시의 예비 신혼집 근처에서 둘의 깨소금 같은 신혼생활을 엿봤다.

얼마 전 황연주와 박경상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배구와 농구 팬들은 깜짝 놀랐다. 양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둘의 교제가 비밀은 아니었다. 조심스러운 연애 끝에 황연주와 박경상은 다음 달 16일 결혼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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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현대건설 황연주(오른쪽)가 상대 블로킹을 피해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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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황연주는 2010년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사슴 같은 눈망울의 그가 폭발적인 점프를 해서 얻은 별명이 ‘꽃사슴’이다. 라이트 공격수로 여자부 통산 득점 2위(5443점), 후위공격 1위(1173개)의 황연주는 정규리그·올스타전·챔피언결정전·컵대회 최우수선수(MVP)를 모두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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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가드 박경상이 경기를 리딩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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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상은 마산고 시절 미국프로농구(NBA) 앨런 아이버슨과 스타일이 비슷해 ‘마산 아이버슨’이라 불린 가드였다. 2012년 전주 KCC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7~18시즌 현대모비스로 이적해 2018~19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2019~20시즌 뒤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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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결혼식을 올리는 여자배구 황연주(왼쪽)와 남자농구 박경상 커플.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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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에게 2013년 겨울, 사랑의 오작교가 놓였다. 황연주는 “흥국생명에서 일하다가 KCC로 이직한 트레이너 소개로 알게 됐다. 처음엔 누나와 동생 사이였다. 말이 잘 통해서 가끔 밥을 먹었다”고 했다. 이어 "KCC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작은 선수가 잘 하더라. 나도 키가 작은 편이라 눈이 갔다"고 했다. 박경상은 “그때도 (아내는) ‘꽃사슴’으로 유명한 스타였다. 한 번 만나고 싶어서 소개를 부탁했다. 친구처럼 3년을 지내다 자연스럽게 교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둘은 서로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을까. 박경상은 “(아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난 그런 면이 부족한데, 잘 이끌어준다”며 웃었다. 황연주는 “나는 내성적인 편이지만 얘는 활발하고 친구도 많다. 나를 자주 웃게 한다”고 했다. 네 살 연상인 황연주는 남편을 편하게 호칭했다. 박경상은 아내를 ‘자기’ 또는 ‘너’라고 불렀다. 그는 "혹시라도 다툴 땐 먼저 사과한다. 의견 대립이 생기면 내가 져주는 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혼을 결심한 건 지난해다. 황연주는 “2018~19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언제 은퇴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방황했다. 그때 ‘힘들면 그만두고 시집오라. 내가 먹여 살리겠다’고 하더라. 장난스러운 줄만 알았는데, 믿음직해 보였다”고 했다. ‘연하남’의 박력이 결혼에 이르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혼여행을 미룬 두 사람은 "내년에 멕시코 칸쿤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황연주는 “얘가 요즘에는 ‘왜 직선 공격만 하느냐’고 훈수를 둔다”며 예비 남편을 흘겨봤다. 그러자 박경상은 “자기는 배구를 한 게 다행이다. 다른 종목은 잘못한다”며 짓궂게 말했다. 이어 그는 “결혼 준비로 바쁜데도 (아내는) 새벽부터 운동을 하더라. 존경스럽다. 몸이 아직 ‘딴딴’해서 충분히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연주는 "무릎 수술을 한 뒤 아프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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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는 요즘 결혼준비로 바쁜데도 새벽에 웨이트트레이닝을 나간다. 박경상은 수차례 수술을 받고도 극복한 황연주를 존경한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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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프로농구와 배구는 조기 종료됐다. 현대건설이 1위에 올랐으나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 못했다. 황연주는 “안타깝지만 1등은 1등이지 않느냐”며 "다음 시즌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8위로 시즌을 마쳤다. 박경상은 “리그 중단 기간 연습을 많이 했따. 선수들 컨디션이 좋아 모두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대했는데 아쉬웠다”고 했다.

박경상의 키는 1m78㎝, 황연주의 신장은 1m77㎝다. 둘 다 동료들보다 키가 크진 않다. 대신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자녀계획을 묻자 박경상은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운동을 한 유전자가 어디 가겠느냐. 아들이라면 농구, 딸이라면 배구를 시키고 싶다”고 했다. ‘예비 엄마’도 찬성했다. 황연주는 “체격이 좋다면 몸싸움이 중요한 농구, 마른 체형이라면 배구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용인=김효경·박린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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