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5월 인도분 WTI의 비정상적 폭락은 원유 저장 공간이 가득 찬 가운데 선물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빚어진 특수현상이다. 쉽게 말해 원유 저장고가 꽉 찬 상태에서 공급이 수요가 감소한만큼 줄지 않아 가격이 내렸다는 것.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마이너스대는 곧 면할 거란 설명이다. 실제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다시 플러스로 전환해 1달러대를 보였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수요가 업계 기대만큼 오를 수 있냐, 그렇지 않다면 이에 맞춰 공급을 줄일 수 있느냐다. 결국 6월 인도분 가격도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거나 공급을 더 줄여야 유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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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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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수요 회복을 놓고 전문가들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정부가 경제를 재개하면서 여름에서 가을쯤 수요가 웬만큼 회복되리란 기대 섞인 전망이 있다. 결제월이 늦을수록 유가가 높은 ‘콘탱고’ 현상도 이런 기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10월물 WTI는 31달러 선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주요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볼 때 경제 정상화를 통한 원유 수요 증가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최소 올해 말까지는 회복이 불투명하단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현재 바닥으로 떨어진 항공수요나 생산 등이 이전 수준을 되찾는 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최근 OPEC+(OPEC과 비가입 산유국 협의체)가 합의한 감산량도 수요 감소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12일 OPEC+는 5~6월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수요 감소량 추정치인 하루 2000만 배럴에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유가는 합의 당일에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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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입지, 유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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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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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 인도분)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추락하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전략비축유를 보충할 것”이라며 “7500만 배럴을 사들이는 걸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원유를 사들이기 아주 좋은 시기이며 의회가 이를 승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석유시장 뉴스레터 쇼크리포트 편집자 스테판 쇼크는 “실업률이 치솟고 있어 여름철에도 유류 소비는 늘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원유 수요가 급격히 오르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적 실패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경제를 ‘셧다운’하는 상황에 몰렸고 이 때문에 한 달 새 2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미 셰일 업계에 달린 일자리 450만개 등 에너지 관련 일자리 1000만개가 위태로워지는 만큼 백인 노동자계층 등의 지지를 바탕으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FT도 “유가가 계속 내려가면 셰일로 10년간 누려왔던 미국의 ‘에너지’ 패권도 축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버트 레니 웨스트팩 전략가는 “앞으로 변수는 6월 인도분 WTI까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내려갈지 여부”라고 했다.
마이너스 유가 급락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 등 정치적 입지와 연결짓는 시각도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경제 정상화를 서둘러 차량 이동을 원활하게 해 휘발유 등 유류 소비 진작을 꾀하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난제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김주동 기자 news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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