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가 모욕" 목소리에 "최다 확진자 시국에 민망" 일침도…하루 만에 중단
많은 항의가 쏟아지면서 하루 만에 까만 실루엣 처리된 싱가포르 정부 코로나19 캠페인 '바이러스 선봉대' 캐릭터 [싱가포르 정부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 국민 참여를 고취한다며 시작한 만화 캐릭터 캠페인이 쏟아지는 비판에 하루 만에 중단됐다.
'기숙사 이주노동자' 확진자 폭증을 제대로 막지 못해 구석에 몰린 싱가포르 정부에 '헛발질'을 했다는 냉소까지 쏟아졌다.
21일 CNA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이틀 전(19일) 코로나19와의 싸움에 국민 동참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만화 캐릭터 5명으로 구성된 '바이러스 선봉대'(Virus Vanguard)를 공개했다.
예술단체와 협업해 내놓은 캐릭터는 닥터 디스인펙터, 페이크 뉴스 버스터, MAWA맨, 서킷 브레이커, 케어-레이디 등 5명이다.
각각 방역 전문가 의사, 가짜 뉴스를 막는 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이, 정부 코로나19 정책 '서킷 브레이커'에 부응해 사람들을 집에 머물게 하는 이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이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캐릭터들이 공개되자마자 칭찬보다는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19일 당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천588명으로 동남아 최다 발생국이라는 '오명'까지 쓴 심각한 상황인데, 한가하게 이런 캐릭터나 만들고 있느냐는 목소리도 컸다.
싱가포르 정부가 코로나19 캠페인을 위해 만든 '바이러스 선봉대' 캐릭터들. |
특히 많은 비판이 'MAWA맨'을 향해 쏟아졌다고 언론은 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리버풀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성 팬으로 설정된 것도 모자라 MAWA(Must Always Walk Alone·항상 혼자서 걸어가야만 해)라는 이름이 리버풀 응원가(You'll Never Walk Alone·당신은 결코 혼자 걸어가지 않을 거야)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리버풀을 상징하는 불사조에 사선이 그려져 '안티 리버풀'로 해석되는 유니폼을 입은 것도 리버풀 팬의 화를 돋웠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장려한다는 좋은 의도가 사려 깊지 않은 표현 방식에 묻혀버렸다.
이는 미국의 유명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인 ESPN에도 소개되면서 관심이 더 커졌다.
청원 전문 사이트에는 MAWA맨을 '바이러스 선봉대'에서 제외해 달라는 리버풀 팬들의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전 현재 680명 이상이 온라인 서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전날 밤 5명의 '슈퍼히어로'들을 까맣게 실루엣 처리한 뒤 캐릭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정부 페이스북에 '이런 민망한 캠페인에 불필요한 자원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실제 도움이 될 만한 일에 시간과 돈을 사용하라"고 일침을 날렸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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