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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다음 달 보급형 5G 스마트폰 출격 행렬을 앞두고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요금 딜레마'에 빠졌다. 그간 통신비 부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단말기 가격이 50만원대 중저가폰 출시로 완화되면서 이제 정부의 타깃이 이통 3사의 5G 요금제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대규모 5G 투자 부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은 이통업계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5G 대중화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압박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끙끙 앓는 모습이다.
◆정부 압박에…업계 "수요 확보" 고민=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경영진은 5월 이후 5G 중저가 요금제에 대한 정부의 요구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연내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코로나19 등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를 조치 중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이통업계가 안고 있는 부담을 시사했다.
그간 가입자 수 등을 이유로 요금제 출시에 선을 그어왔던 박 사장은 "필요한 세그먼트에는 요금제도 다양하게 할 것"이라며 향후 수요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청소년ㆍ실버(시니어) 등을 시작으로 5G 전용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달라는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특정 세그먼트가 아닌 일반 요금제 도입은 사실상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새로 취임한 구현모 KT 사장 역시 5G 중저가 요금제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최근 5G+ 전략회의에 참석한 구 사장은 "가입자 수,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5G 요금제 계획에 대해 밝힌 것이지만 정부의 압박 공세가 노골화되기 전에 적절하게 방어선을 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통 3사는 앞서 정부의 요청대로 4만원대 청소년 전용 5G 요금제를 출시했으나 이후 적용폭은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시니어 요금제도 LG유플러스만 내놓는 데 그쳤다. 여기에는 해당 요금제의 가입자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각 사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있을 만한 부분을 살피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5G 가입자 수가 현재의 두 배인 1000만명 이상이 돼야 중저가 요금제 수요가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저가 5G폰 출시 잇따라= 반면 정부가 통신비 부담 요인 중 하나로 지적해 온 5G 단말기는 고가의 플래그십에서 중저가로 발 빠르게 라인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중저가 5G 스마트폰을 2~3개 출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당장 다음 달까지 50만원대인 갤럭시 A71, 60만~70만원대인 갤럭시 A51이 출격한다. 하반기에는 갤럭시폴드2도 5G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LG 벨벳의 출고가는 80만원대로 알려졌다. 향후 이통사들을 향한 정부의 요금제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문제는 이통사들의 5G 투자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쳤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 대상 지원책부터 경기 활성화를 위한 5G 투자 확대, 온라인 개학에 따른 망 투자 등 이통업계의 투자 부담은 더 커진 상태다. 여기에 대면 영업은 사실상 올스톱되며 영업익이 최대 두 자릿수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5G 대중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정부의 요구에 손을 놓고만은 있을 수 없지만 업계로선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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