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국제원유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폭락하면서 증권사 홈트레이딩서비스(HTS)에서 이 값을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부 HTS는 관련 매매가 강제로 중단돼 투자자들의 청산주문을 받지 못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HTS는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해 해당 HTS를 통해 원유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은 캐시콜(cash call)까지 받으며 강제 반대매매 당했다. 일부는 원금손실은 물론 빚까지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 게시판 등에서는 이를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투자자는 "HTS가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해서 매매가 멈춰버리는 탓에 원유 들고 있던 이들은 강제로 0원행과 캐시콜을 당했다"면서 "지금도 다들 청산하지 못하고 유가가 하락하는대로 빚더미만 불어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5월물이 -37달러가 되면서 20달러에서 매수하고 기다렸던 이들도 잃은 돈보다 내야할 빚이 더 많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마이너스 원유값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공통적으로 겪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유선물거래를 당초 제공하지 않았던 증권사는 마이너스 원유 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전일 오후 3시 전에 매입한 투자자들에게는 해당 상품을 강제청산시켜서 피해를 막았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원유선물거래와 원유선물지수를 추종하는 ETN은 별개 상품으로, 삼성증권에서는 원유선물거래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이슈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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