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태드 에너지 전망…WTI 20달러 상황엔선 533개사 파산 가능
총 부채 규모 1770억달러 넘어설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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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충격으로 인해 전 세계 에너지업계가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에너지 관련 회사 수백 곳의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에너지업계가 ‘최후의 심판 시나리오(doomsday scenario)’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데다 원유를 저장할 공간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쟁적으로 과잉 공급에 나서는 ‘이중 블랙 스완(double black swan)’이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사태를 불러왔다. 특히 경제 활황기에 은행으로부터 많은 대출을 받았던 미국 셰일 회사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블랙 스완’이란 예상하지 못한 극단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이 아직 시장에서 배럴당 20달러를 조금 넘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업계에는 ‘재앙적’인 가격이다.
아템 아브라모모프 리스태드 에너지 셰일 연구 책임자는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30달러도 상당히 나쁜 가격인데, 20달러 또는 10달러는 완전히 악몽”이라고 말했다.
리스태드 에너지는 WTI가 배럴당 20달러 상황에서 미국의 유전탐사·원유생산 533개사가 내년 말까지 파산 보호 신청을 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달러 상황에서는 파산하는 회사가 1100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배럴당 가격에 따른 미국 내 에너지 관련 회사 파산 예상치. [리스태드 에너지,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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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 이후 러시아와 사우디가 ‘가격 경쟁’을 끝내고 원유를 감산키로 했지만 여전히 전망은 부정적이다. 부분적 감산 조치가 다음 달에나 시작되는데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태드 에너지에 따르면 WTI 20달러 시나리오에서 미국 석유회사들의 총 부채는 700억달러(약 86조원)가 넘는다. 2021년에는 총 부채 규모가 무려 1770억달러(약 216조원)로 불어나게 되며, 여기에 석유회사들과 연관된 설비회사와 채굴부문 종사 인력 비용까지 합치면 부채 규모는 이를 훨씬 더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들은 주가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뉴욕증시는 극적으로 반등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내 에너지 부문의 가치는 연초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미국 유명 석유업체 마라톤 오일과 석유·가스업체인 노블에너지, 대형 셰일업체인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유전개발업체 핼리버튼 등의 주가는 60% 이상 폭락했다.
당장 올해부터 에너지 업체들의 파산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국제 기업 법률사무소 헤인즈앤분(Haynes and Boone)의 버디 클라크 에너지 부문 대표는 CNN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1982년부터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이번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올해 100여개의 석유 회사 파산이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파산이 업계 최대 기업인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에게는 인수·합병(M&A)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미국 에너지 리더인 리드 모리슨은 “경영 상황이 좋은 기업들은 이 상황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방어가 우선인 현 상황에 거대 기업들조차 6개월 안에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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