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영입·차기 원내대표 선출 놓고 분란
김태흠 "우리는 100석 정당…외부인에 왜 당을 맡기나"
조경태 "조기 전대 열자"고 했다가 최고위 반발사기도
통합당 내부선 "최악 패배 당하고도 또 정신 못 차려"
미래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참패 직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 아래서 무릎을 꿇고 있다(위). 그러나 이러한 '사죄 퍼포먼스'만 벌였을 뿐 당 혁신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핵 총리'였던 황교안 전 대표를 내세워 총선에서 참패했다. 지난 17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선 패배에 사죄하고 있다(아래). 그러나 통합당은 총선 나흘 만에 본격적인 '감투 싸움'을 개시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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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패배를 당한 미래통합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분란 조짐이 일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의원은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최근 당 최고위원 회의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추대키로 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고 부끄럽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의 중요한 미래가 걸린 사안을 당내 논의 없이 결정하고 외부인사에게 당을 맡아달라고 하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도 벗어나고 무책임한 월권 행위”라고 했다.
김 의원은 “비록 총선에서 참패를 했지만 우리 당은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며 “정당 구성원 내부에서 지도부를 구성하고 일치단결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속히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든 비대위 체제로 가든 당의 미래는 당내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미래를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당의 미래를 외부인에게 맡기는 것은 계파 갈등 등으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친박(親朴)계로 분류됐던 김 의원 등 일부 중진은 ‘김종인 비대위’ 대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탄핵 총리’였던 황교안 전 대표를 내세웠다가 대패하고도 또 과거로 돌아가려 하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5선에 성공한 조경태 최고위원이 최근 최고위 회의에서 비대위 대신 ‘조기 전대’를 열자고 주장했다가 다른 최고위원으로부터 “지금 이럴 때냐”는 비판을 들었다. 당시 최고위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언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안에서는 새 원내대표 선출 문제도 시끄러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21대 총선 당선자 중에서 새로 원내대표를 뽑자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 김태흠 의원을 비롯, 무소속으로 4선에 성공해 복당을 신청한 권성동 의원 등이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5선이 된 주호영·정진석·조경태 의원과 서병수 당선자, 4선 김기현 당선자도 원내대표 후보로 꼽힌다. 비수도권 중진들 간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에 대해 당내에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의 권영세 당선자는 “안타깝게도 지금 당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것에 관한 논의만 눈에 띈다”면서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왜 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라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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