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대형공사 발주 잇단 연기 / UAE 가스전 개발 입찰 미뤄진 데 이어 / 쿠웨이트·카타르·사우디 공사도 차질 / 2020년 들어 9개국서 10개 사업 발주 연기 / 저유가 지속 땐 플랜트 입찰 중단 가능성 / 코로나로 공사장 인력 입국 제한까지 / 일각 “사태 진정시 발주 크게 늘 것” 전망
사진=뉴시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불안으로 해외건설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와 유가하락 때문에 국내 건설사의 수주 텃밭인 중동 산유국들이 플랜트 등의 발주를 축소·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 9개 국가에서 10개 사업장의 공사 발주가 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발주 예정이던 아랍에미리트(UAE)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 공사는 이달 22일로 입찰이 미뤄졌고, 역시 3월 말 예정이던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공사는 이달 15일로 연기됐다.
또 한국 건설사가 공사를 맡을 예정이었던 페루 친체로 공항 1단계 공사는 이달 말에서 5월 말로, 홍콩 통합 크리스천병원 공사는 3월 말에서 5월 초로 미뤄졌다. 지난 2월 말과 3월 말로 예정됐던 카타르 담수발전 공사와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 시설 공사 입찰도 각각 4월 말과 5월로 넘어갔다.
이들 발주 연기에는 코로나 사태나 저유가가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초중반까지 하락하면서 신규 수주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곧바로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 발주물량 축소로 이어진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965년 이후 지금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약 8452억7000만달러의 공사 가운데 중동에서 수주한 금액이 4441억달러로 전체의 53%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4월까지 한국 업체가 수주한 114억달러 가운데 중동 사업의 비중도 59%(67억달러)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저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신규 플랜트 공사 발주가 중단될 공산이 크다”며 “다만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미국과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조치 등을 통해 유가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여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입국제한 조치로 공사 현장인력과 수주인력 파견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 베트남·나이지리아·알제리·모로코·이라크 등 28개 현장에서 직원 32명이 국내로 정기 휴가를 나왔다가 입국제한 조치에 걸려 현장에 복귀하지 못했다. 또 일부 건설사는 수주 담당 인력을 파견하지 못하게 되자 현지 직원에게 화상으로 수주 전략을 전달하고, 상황을 점검하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사현장 인력 파견과 현장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시설 투자·개발이 이뤄지고, 이로 인해 유가가 상승하면서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에 박차를 가할 개연성도 거론된다. 이에 정부는 올해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223억달러보다 많은 300억달러 이상으로 잡아놓고 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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