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OPEC+ 회의…"하루 1000만배럴 감산" 논의
러시아 "자연감산 논외"…사우디, 출혈경쟁 경고
"사우디 미군 철수" 경고…제2의 무역전쟁 되나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이 2019년 10월 14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AFP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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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산유국들이 담판에 나선다. 그러나 감산 합의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의 직전까지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감산 합의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이 원유 감산 합의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감산했다”며 “내 생각으로는 그들이 바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그들이란 그리니치표준시(GMT) 9일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오후 11시) 열리는 석유수출국회의(OPEC)+ 회의에 참석하는 나라들이다. 10일에는 주요 20개국 에너지 장관 회의도 열린다.
사우디가 긴급 소집한 이 회의는 OPEC회원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등 비(非)OPEC 회원국들도 모여 감산 협의를 한다. 지난 3월 말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협의가 불발된지 약 보름여만이다. 사우디는 미국에게도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미국은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내일 회의에서 어떠한 결과에 나오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 러시아와 사우디가 1000만배럴, 최고 1500만배럴까지 감산하는 것을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내려갔던 국제유가는 다시 25달러 중반까지 올라왔다.
이날 OPEC 의장이기도 한 모하메드 알캅 알제리 석유장관이 자국 언론을 통해 “회담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성과를 낼 것”이라라며 하루 1000만배럴의 감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것 역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회의론 역시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는 4명의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가 최대 1000만배럴까지 감산할 의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3월 러시아 산유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3월 유가 폭락의 방아쇠를 당겼던 러시아와 사우디의 합의 불발이 하루 감산량을 210만배럴에서 360만배럴로 늘리자는 사우디의 제안에 러시아가 거절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이번 유가 하락세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합의의 전제 조건이 “미국도 감산에 동참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유가와 수요 위축에 따른 미국 석유 업체들의 자체적인 감산 움직임을 놓고 “이미 감산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에 따른 미국 석유 업체의 감산 움직임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한 공조와는 “전혀 별개”라고 말했다.
사우디 역시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수집한 유조선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사우디의 대(對) 미국 원유 수출량은 하루 최소 51만 6000배럴로 지난 1년 이래 가장 많았다. 4월에도 최소 7척의 유조선이 미국을 향해 기름을 잔뜩 싣고 떠났다.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점유율을 늘려 미국 석유 산업을 압박할 것이란 사우디의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압박에 미국은 군사·경제카드로 맞설 의사도 시사하고 있다.
이날 미국 하원 공화당 의원 48명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원유 감산을 하지 않는다면 주둔 미국을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한에는 “미국은 중동에 미군을 주둔시킴으로써 양국의 경제적 번영과 안보를 보장하는 안정성을 유지해왔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산 석유에 대해 관세 부과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우리는 위대한 산업을 지켜야 한다”며 “만약 그들(러시아와 사우디)이 우리와 잘 지내지 못한다면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 매우 상당한 수준으로 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산유국들이 감산을 하더라도 코로나19에 따른 석유 수요 위축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리서치회사 FGE에 따르면 4월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2400만배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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