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릭슨·노키아, 톱3 체제 공고해져
초기 한국 투자 덕 반짝 1위 삼성, 4위로
‘한국의 5G(5세대)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에 힘입어 중국 화웨이까지 제치고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에 올랐던 삼성전자가 최근 점유율에서 10%대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는 미국의 노골적 압박이 지속됐는데도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5%대로 크게 늘어났다.
그래픽=송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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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의 지난해 4분기 5G 통신장비 점유율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10.4%를 기록해 2018년 4분기(31.6%)와 비교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러는 사이 미국·중국에서 5G 투자를 시작하면서 화웨이는 35.3%로 점유율을 늘렸고,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23.8%, 20.3%로 그 뒤를 이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수주에 힘입어 5위권에 있던 중국 국영 ZTE도 삼성전자 점유율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5G 초창기에 워낙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빠르게 점유율을 치고 올라왔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중국은 물론, 호주·유럽에서도 투자를 시작하는 만큼 기존 통신장비 업체 톱3 위주로 점유율이 공고화하는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에릭슨·노키아 ‘톱3’가 전체 80%가량을 과점해 왔다. 델오로에 따르면, 5G를 포함한 전체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지난해 4분기 화웨이(31.8%), 에릭슨(29%), 노키아(21.9%)가 80% 이상을 장악했다. 이런 수치가 벌써부터 5G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를 운영해 온 노하우와 기술력에 기존 LTE(4세대) 기지국과의 호환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호환성 때문에 세대가 바뀌어도 기존 사업자와 계약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통신장비 톱3의 공고화는 미국이 화웨이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더 뚜렷하게 나타나 주목된다. 지난 2월 말 기준 화웨이의 5G 계약 건수는 91건으로 에릭슨(81건), 노키아(68건)를 앞질렀다.
다만, 미국의 압박에도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고 5G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영국·독일 등 유럽 시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올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에 5G 부품공장을 짓기로 할만큼 유럽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화웨이의 에릭 쉬 순환회장은 지난 3월 31일 실적 발표에서 "유럽 지역에서는 5G 본격 투자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의 대유행이 진정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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