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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국제유가 폭락 책임론...합의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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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플러스 회의 연기, 사우디 러시아 맹비난

[이코노믹리뷰=최진홍, 이가영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출렁이는 국제유가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첩첩산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러시아도 감산에 일정부분 동의하며 폭락하던 국제유가가 반등을 시작했으나 작금의 사태에 대한 각 국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한편, 감산을 위해 소집된 OPEC 플러스 회의 일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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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진정시켜야"

코로나19로 원유수요가 떨어질 것을 예상한 사우디가 러시아에 감산을 제안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며 국제유가는 크게 폭락한 바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즉각 공격적인 증산을 시사했고 그 여파로 한 때 국제유가는 마지노선인 배럴당 20달러까지 깨졌다.

결국 미국이 전면에 나섰다. 국제유가가 폭락할 경우 채산성이 낮은 자국 셰일가스 업체가 줄도산하는 한편 셰일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즉각 증산을 멈추는 것을 촉구하는 한편 비축유를 늘리고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카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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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시리아 내전에서 미군이 철수한 가운데 이를 탐탁치않게 여기던 사우디가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산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돌연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제유가 하락을 틈타 대규모 비축유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및 러시아 등 유가전쟁의 당사자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국제유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를 통해 최대 1500만배럴를 감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 즉시 바닥을 기던 국제유가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감산을 논의하기 위한 OPEC 플러스 긴급회의까지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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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징조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에 따라 국제유가는 다시 반등했으나, 시장의 의문도 그와 비례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최대 1500만 배럴의 감산은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막상 미국은 감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채굴하는 화이팅 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파산신청을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하게 감산 가능성을 시사해 협상의 판을 의도적으로 흔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정타는 러시아의 반응이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이 나온 직후 "현재로선 감산 합의와 관련한 대화 계획은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3일 러시아는 다시 감산 가능성을 적극 시사하는 등 태도가 돌변했으나, 현재의 증산 경쟁에 따른 국제유가 폭락의 원인은 사우디에 있다고 맹비난했다.

러시아는 "지난 OPEC 플러스 회의(사우디가 러시아에 감산을 제안했던 회의)에서 사우디가 감산 합의 결렬시켰다"면서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를 누르기 위한 증산 카드를 러시아가 아닌 사우디가 먼저 선택했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를 흔드는 주장인 한편, 최근 미국의 요청에 따라 감산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시사하고 있다는 사우디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사우디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국영 SPA에 따르면 사우디 외무부는 러시아의 발표 직후 "러시아 대통령실의 발표는 진실을 왜곡했다"면서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라는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언론을 통해 OPEC 플러스 협상에 참여한 모든 산유국이 4월부터 감산 의무에서 벗어난다고 처음 말한 사람이 바로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라며 발끈했다.

이렇듯 지난 회의의 감산 협상 결렬을 둘러싼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6일 열릴 예정이던 OPEC 플러스 회의가 8일, 혹은 9일로 연기된다는 로이터의 보도까지 나왔다. 국제유가가 간신히 반등을 시작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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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셰일가스 업계를 살리기 위해 사우디와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한편, 의미있는 메시지까지 내보내는 것에 성공했으나 그 이상의 파급력 창출에는 실패할 수 있다고 본다. 3일 백악관에서 미 에너지 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으나 막상 감산에 대한 직접적인 멘트도 없었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안을 두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부담이다.

여기에 감산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와 사우디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어 전격적인 합의는 어렵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OPEC 플러스 회의가 감산을 목표로 두고 논의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당분간 국제유가의 흐름이 미국의 바램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최진홍,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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