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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가시화된 'E충격' 대비 못하면 '제2 외환위기' 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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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8>임대웅 유엔환경계획 환경이니셔티브 한국 대표 인터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제 금융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던 다수 한국 기업과 금융사들이 헐값에 팔려 나갔습니다. 이번에는 기후 리스크를 산업과 금융의 가치 평가에 반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과 금융계가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사진)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비재무적 성과지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부각돼 왔다"며 "ESG 중에서도 E(환경), 환경 중에서도 기후변화 부문에서의 규제환경 변화가 실물경제와 금융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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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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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과 금융의 공조, 한국서도 9개사 참여



UNEP은 글로벌 차원의 환경 어젠다를 제시하고 환경 부문에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UN(국제연합) 회원국들 간의 긴밀한 공조를 유도하기 위한 곳이다. UNEP(유엔환경계획)과 민간 금융부문 기업·단체들이 결합해 만들어진 파트너십 기구가 UNEP FI다. 현재 40여 국가의 260개 이상의 기관투자자들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을 비롯해 삼성화재, 신한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이 UNEP FI에 가입돼 있다.

글로벌 은행, 보험사, 기관투자가 등의 주도로 출범시킨 UNEP 지속가능 금융 이니셔티브는 기업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한 민간 부문의 기업·단체들이 금융활동을 통해 환경 측면에서의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UNEP FI는 그동안 책임투자원칙(PRI), 지속가능보험원칙(PSI), 책임은행원칙(PRB) 등 ESG, 책임투자, 녹색금융, 기후금융, 지속가능금융의 이정표를 제시해오고 있다.

임 대표는 "최근 4~5년간 지속가능금융 시스템은 금융기관의 자율적 방식 뿐 아니라 정책 당국을 중심으로 한 탑다운(Top-down, 상의하달) 방식으로 점차 제도화되고 있다"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FSB(금융안정화위원회), EU 금융안정부서, NGFS(중앙은행·금융감독기관의 녹색금융 네트워크) 등 전 세계 금융감독 기관 및 정책 관련 주요 기관을 중심으로 기후변화를 금융안정성에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이 급진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융기관은 투자자 자금이나 자기자본을 기업에 대출 또는 투자의 형태로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 과정이 필수다.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에 얼마의 가치를 매길지가 밸류에이션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재무적 가치로 환산해 기업 밸류에이션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의 제도화 및 규제신설 등의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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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참여하는 보편적 기후변화 협정이 진통 끝에 최종 채택됐다. 이날 파리 에펠탑에 '클라이밋사인(CLIMATESIGN)'이라는 로고가 비춰지고 있다. 당시 협약에서 190여 국가들은 현재의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당시보다 2℃ 이하로 낮추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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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스크의 재무평가 반영, 글로벌 체제의 변화



기후변화 리스크는 이미 '100년 후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가상 상황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실제 이슈로 부각된지가 오래다. 2011년 토요타, 미쓰비시, 닛산, 혼다 등 태국에 생산 거점을 뒀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대규모 홍수로 공장이 가동 중단에 들어갔고 이들 회사에 납품하던 회사들에까지 직접 재무적 타격이 가해졌던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 경영과 무관하게만 여겨졌던 환경 관련 리스크 요인이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로 비화한 사례로 꼽힌다.

임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는 해당 기업에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뿐 아니라 이들 기업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에도 충격을 가한다"며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경제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까지 전이될 경우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대한 공감대가 G20 회원국 사이에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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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로 토요타, 닛산, 미쓰비시, 혼다 등 태국 현지로 생산거점을 옮긴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2011년 당시 태국 홍수 현장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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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은 환경 오염 요인에 가격을 매겨 기업에 재무적 부담을 부과하는 매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온실가스 1톤당 평균 거래 비용은 20달러(약 2만4000원)이지만 2040년에는 140달러(약 16만8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현금흐름이 크게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할당량의 차에 한국거래소 등에서 거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을 곱하면 쉽게 규제준수 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이 탄소비용이 기업에 따라서는 영업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이나 자연재해 뿐 아니라 환경관련 산업규제 등으로 인한 기업의 환경 관련 리스크는 이처럼 직접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이들에 자금을 투입한 은행·보험 등을 비롯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도 비화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G20 차원에서 꾸려져 이미 관련 권고안을 내놨다"고 했다.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 리스크 공시를 위한 태스크포스팀) 권고안에 대한 얘기다. TCFD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산하 협의체인 FSB에서 마련한 태스크포스팀을 일컫는 용어다. TCFD는 "현재와 산업 혁명 이전 시기의 지구 평균 온도 차이를 섭씨 2도(2℃)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의 합의(2℃ 시나리오)를 달성하자는 취지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리스크를 기업의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에 반영해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2017년 6월에 이미 내놨다. 앞서 언급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현재의 20달러에서 140달러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 역시 2℃ 시나리오 하에서 도출된 결론이다.




확산되는 기후금융 규제 프레임



한국 역시 TCFD의 상위 기구인 FSB 및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U(유럽연합) 등 유럽지역에서의 도입 논의가 가장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이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은 TCFD 권고안을 기준으로 주요 상장사에 의무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2022년부터 공시토록 하는 법안을 연내 제정하기로 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 뿐 아니라 영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에까지 이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런던에 상장된 국내 기업도 관련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롯데쇼핑, 하나투어 등이 현재 LSE(런던거래소)에 DR을 상장시킨 바 있다. 물론 G20 회원국 모두가 영국처럼 TCFD 권고안을 자국 버전의 규제로 만든 것은 아직은 아니다.

그럼에도 좀 더 넓은 범위로의 확산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EU는 2018년 9월에 단순한 권고안이 아닌 법·제도 패키지의 성격을 갖는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 10개 조항을 만들었다"며 "지속가능 투자와 관련한 분류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업에 녹색 라벨링(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며 기업 신용평가시 ESG 요소를 반영하고 은행과 보험사의 재정건전성 평가에 기후리스크 관리를 반영하며 기관투자자에 수탁자 책임의무를 명확화시키고 ESG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는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또 "G20 차원에서 TCFD 권고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NGFS로 이미 지난해 4월 6대 권고안을 냈다.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금융안정 모니터링과 미시감독에 반영하고 TCFD 권고안을 공식적으로 장려하겠다는 등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기후 리스크가 당장 기업과 은행의 EBITDA(납세·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 취지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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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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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비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 우리는 룰 팔로워"



NGFS는 글로벌 친환경 금융의 촉진을 위해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의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주축이 돼 현재 59개 기관이 참여하고 BIS, 세계은행, IMF(국제통화기금) 등 12개 국제기구가 참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NGFS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산업계와 금융 시스템은 이같은 변화에 충분히 준비가 돼 있는 걸까.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되살아나려는 시점에 엄습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차원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후 규제 강화에 우리 경제가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에 임 대표는 "아쉽게도 한국은 글로벌 차원의 규제가 만들어지고 이행되는 과정에서 '룰 세터'(Rule Setter, 규칙을 제정하는 자)가 아니라 '룰 팔로워'(Rule Follower, 규칙을 따르는 자)로서의 위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한국의 배출권시장 등 환경규제 기준은 '4℃ 시나리오', 즉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4도 이하 수준으로 지구 평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지만 이미 글로벌 차원의 논의는 '2℃ 시나리오'로 훨씬 엄격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차원의 논의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 변화를 지금 당장 하더라도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당국의 정책 차원의 규제가 한국에 정착되지 않았다더라도 실물경제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으로부터의 기후공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한국 국내 버전의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더라도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우리 주요 기업들은 이미 압박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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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글로벌 차원의 논의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 변화를 지금 당장 하더라도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다"며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우리 주요 기업들은 이미 압박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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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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