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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팩트체크] "의료보험 박정희가 했다" 黃발언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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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기틀 마련한 의료보험

노태우가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

김대중이 현 건보 체제로 통합

이명박이 사회보장 제도 가다듬어

조선일보

왼쪽부터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 이들 전직 대통령들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기틀을 만들고 현재 모습으로 다듬었다./조선일보DB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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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28일 코로나 확산 방지와 관련,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축한 의료 체계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자화자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 방역의 주역인 국민건강보험을 만든 공(功)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정치권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코로나 19 극복 토대는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입한 의료보험이다’라는 말을 했다”며 “박정희 대통령은 매우 혁신적인 의료보험 정책과 고용보험 정책을 통해 위기 국면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의료보험 제도가) 다 박정희 덕이라는 얘기도 생뚱맞다”며 “실은 박정희에서 시작하여 김대중에 이르러 완성된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 발언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가기록원 등에 따르면 실제 의료보험(현재 국민건강보험)의 탄생은 196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장악했던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무상 의료’를 내세우던 북한 체제에 대응하자는 성격으로 1962년 ‘사회 보장 제도를 확립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에 1963년 12월 박 전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었던 국가재건최고회의 발의로 의료보험법이 처음으로 제정됐다. 각 직장 등에서 의료조합을 만들어 의료비를 분담할 수 있도록 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와 관련, 최근 출간한 회고론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왜 근로자만 해당하느냐’, ‘다른 복지 제도도 실시할 것이 많은데 왜 의료보험부터 해야 하느냐’는 등 정부 경제팀 전체가 의료보험에 반대했다”며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대학 교수도 이렇게 의료보험을 먼저 하라고 한다. 그러니까 복지연금 말고 의료보험부터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1963년 의료보험법은 시범 사업에 불과했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는 1977년이었다. 이해에 500명 이상 사업장에 직장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입한 의료보험”은 이때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의료보험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직장인이 아닌 사람들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기였던 1979년 1월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의료보험 대상을 확대했다.

의료보험제도 혜택이 전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 때는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기였다. 1988년 7월, 5인 이상 근로자 사업장까지 직장의료보험이 적용되도록 했다. 1988년 1월엔 농·어촌 주민들이 지역조합을 통해 의료보험에 가입했고, 1989년 도시 자영업자들이 의료보험제도 혜택을 받게 됐다.

의료보험제도를 현재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체제로 개편된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기였다. 1998년 10월 지역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원 의료보험공단이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으로 통합됐다. 2000년 7월엔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139곳 직장의료보험조합과 통합됐고, 현재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바뀐 것이다. 이로써 직장과 지역 조합별로 달랐던 보험료 부과 체계가 단일화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인 2011년 1월엔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 징수 체계가 통합됐다.

따라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며 현 건강보험제도 수립의 공을 박 전 대통령에게 모두 돌리는 듯한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반만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건강보험 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틀을 마련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 국민에게 확대시켰으며, 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에 현재의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기록원 등의 입장이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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