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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금융위기 때도 꺼낸 적 없는 카드… '한국판 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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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6월까지 유동성 전액 공급

세계일보

한국은행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사상 처음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뉴스1


한국은행이 사상 첫 ‘무제한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냈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로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4월부터 6월까지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기 위해 91일 만기 환매조건부채권(RP)을 주 단위로 정례 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해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면 은행이 이 자금을 활용해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린다.

무제한 RP 매입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취한 적 없던 방식이다. 한은은 “금융안정을 꾀하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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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이를 위해 6월까지 매주 화요일 입찰을 한다. 4월 첫 입찰만 2일 목요일에 진행한다. 모집된 유동성 공급 수요는 전액 배정한다. 금리 상한선은 기준금리(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다.

한은은 또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11곳을 추가하고 대상증권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다. 유동성 공급 속도와 양을 늘리기 위함이다. 7월 이후에는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한은은 이번 조치를 사실상의 양적완화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한 것을 두고 한 설명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가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오늘 발표한 조치는 매입 채권 종류에 차이가 있고 금리 인하 여력 등이 달라 선진국 양적완화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공급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양적완화라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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