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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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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도 없던 '한국판 양적완화' 첫 시작…유동성 무제한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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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안재용 기자] [3개월간 무제한 RP 매입 후 연장도 검토…미국식 양적완화와는 구별]

머니투데이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김현기 금융시장국장, 윤면식 부총재, 박종석 부총재보, 이상형 통화정책국장.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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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앞으로 3개월간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풀기로 하면서 한국판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를 본격화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조치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고, 경제적 충격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한은이 파격적인 대책인 내놓은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을 의결했다.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을 환매(RP) 방식으로 무제한 사준다는 내용이다.

한은은 매주 화요일마다 RP(91일물)를 매입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100조원 규모로 마련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한은은 필요시 유동성 공급 시행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도 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일부 시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장 수요에 맞춰 (유동성) 전액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양적완화로 봐도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거래할 수 있는 대상, 매입할 수 있는 자산도 확 늘렸다. 대상기관은 기존 17개 은행, 5개 은행에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 7개와 국고채전문딜러(PD) 4개를 추가했다. 대상증권은 지난 16일 은행채, 산금채 등으로 확대한 데 이어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8개 공기업 특수채까지를 추가로 포함시켰다.

한은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대출 프로그램 담보증권도 RP매매 대상증권과 동일하게 확대했다.

한은은 추가적인 국고채 단순매입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윤 부총재는 "현재 금융시장 내 스트레스는 여타 채권시장이라고 보고 있고 RP 대상을 확대하는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이번 조치를 도입했다"며 "국고채 단순매입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 보증이 있다면 회사채 매입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부총재는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하면 금통위가 회사채 매입을 결정하는데 용이하다는 생각은 든다"며 "정부 지급보증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은법은 공개시장운영 대상으로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며, 민간이 발행한 채권 매입은 금지하고 있다. 즉, 손실 위험이 없는 채권이어야 한다.

이번 조치에 대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던 한은이 이 정도 조치를 내놓은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효과는 결국 투입된 유동성을 은행 등 금융기관이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고, (실물에) 얼마나 푸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미국, 언젠가는 회수…한국, '91일물' RP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실시하고 있는 양적완화와 한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는 공통점도, 차이점도 있다.

한은이 이번에 내놓은 유동성 공급 정책은 '양적완화 속성이 있는 대규모 시장안정화 조치'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가장 큰 공통점은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자산매입 또는 대차대조표 정책으로도 불린다.

중앙은행이 국고채, 정부보증채 등을 넘어 민간부문 우량자산까지 매입해 시장 유동성을 풍부하게 관리한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는 채권을 흡수한만큼 불어나게 된다.

미 연준의 경우 매입대상 채권 만기를 다양하게 하는데 30년물 국채까지 산다. 최소 1년 이상의 장기채를 매입해야, 경제주체들이 당분간 유동성 걱정 없이 경제활동을 해도 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매입규모도 사전에 밝힌다.

한은은 RP(91일물) 매입이라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매매대상이 되는 증권을 담보로 받고, 환매 전까지 자산을 유동화해주는 성격이 더 크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무제한 같아 보이지만 3개월 후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양적완화 같이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지만, 효과의 폭이나 지속 기간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RP매입을 하면 단기간에 대차대조표가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결국 환매되는 개념이라 미 연준처럼 대차대조표가 장기에 걸쳐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점은 또 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가 '제로'로 떨어진 다음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단기금리를 조절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장기채권을 직접 매입해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경기부양효과를 일으키겠다는 목적에서다.

장기금리가 떨어지면 이와 연동된 은행 여수신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이 하락하면서 경제주체들의 금융 비용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0.75%고, 한은도 금리정책 여력은 아직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실효하한(자본유출 가능성이나 통화정책 효과 등을 감안해 내릴 수 있는 기준금리 하한선)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인하 여력은 1~2번(0.25%포인트 인하시)이 최대지만, 여전히 단기금리를 통한 시장 유동성 조절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시점은 각국 마다 다르다. 2009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기준금리가 0.5%일 때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영국은 최근 기준금리를 0.10%까지 낮췄다. 양적완화 실시 기준이 되는 실효하한이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에서 양적완화를 하게 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외환시장에서 불안이 생길 수 있다"며 "지금은 한국만 하는 게 아니라 뉴질랜드, 호주, 이스라엘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다같이 양적완화 조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상 모니터링 대상국이라는 현실적 제약조건이 있다"며 "최근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에서 어느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나온 '연준이 허락해준 QE' 범위 내에서 한은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doremi0@,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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