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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IN & OUT]‘기울어진 운동장’ 경영 대표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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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배중 스포츠부 기자


한국 수영에는 최근 큰 근심거리가 생겼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수영장,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 등 국내 주요 수영시설 대부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한 시설 폐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직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은 치러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생일대의 꿈인 ‘올림픽 국가대표’를 꿈꾸는 수영 선수들의 훈련장이 사라져 버렸다. 사설 수영장 일부는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하지만 정식 규격(50m)이 아닌 25m 풀인 데다 수심이 낮아 엘리트 선수들은 스타트와 턴 동작을 연마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다중이용시설 금지 등의 조치로 하나둘씩 휴관에 들어가고 있다. 변변한 훈련 시설이 없는 지방 선수들 중 일찌감치 훈련을 접은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의 한 선수는 “동네 목욕탕에서 탕에 발을 구르며 물질을 했는데 훈련이 될 리 만무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시즌이라도 정상적으로 치러졌다면 선수들은 대표 선발전 이전에 열리는 대회에 나가 경기 감각을 살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예정돼 있던 한라배 수영대회 등이 모두 5월 이후로 연기됐다. 결국 다음 달 30일부터 나흘간 예정된 대표 선발전이 ‘시즌 첫 대회’가 되어 버렸다. 코로나19 악재에도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치러진다면 대표 선수를 파견해야 하기에 대한수영연맹은 일정을 연기할 계획이 없다.

상황이 나빠지며 선수도 지도자도 민감해졌다. ‘모 지역 선수들이 폐쇄된 수영장에 몰래 들어가 훈련을 하고 있다’고 민원을 넣는 등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이 훈련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경쟁자가 훈련할 경우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시설은 진천선수촌 수영장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 수영장뿐이다. 진천선수촌에서는 지난해 광주세계선수권대회 전 선발전에서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 가운데 대회 이후에도 남아 훈련을 희망한 선수 중 우선순위가 높은 13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도 힘들어져 그 어느 때보다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가 퇴촌한 한 선수는 “개인훈련이 편해 입촌 권리를 다른 선수에게 양도하고 나왔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공정은 수영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의 최우선 가치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훈련장이 있는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들 간의 물리적, 심리적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운동장이 이미 한편으로 기울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영의 꽃’으로 불리는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

김배중 스포츠부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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