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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주식시장에서 빠진 돈, 달러로 가나…'달러 사재기'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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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AFP



각국이 수 백, 수 천 조원대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무섭도록 폭락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 위주로 하락폭이 큰데 외국인이 가진 모든 것을 다 팔아 현금, 정확히는 '그린백(달러화)' 비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가 잡히기 전까지 경기침체는 막지 못할 것이고 늘어난 부채 감당을 위해 기업은 물론 은행들까지 현금확보에 나서면서 달러 사재기 행렬은 길어지고 있다.



외인, 신흥국서 금융위기 때보다 '두배' 더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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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금융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를 인용해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최근 8주동안 약 550억달러(약 70조9000억원) 어치 자금이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같은 기간과 대비했을 때 자금 유출 속도가 두 배 이상이며 측정 대상국의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란 설명이다.

이는 고스란히 해당국 주가지수에 반영됐다. 인도 S&P BSE센섹스지수는 지난 18일 기준 연초 대비 30.0% 내렸다. 러시아 모엑스 지수도 같은 기간 30.3%,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 역시 같은 기간 42.2%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지난 17일 문을 닫았다 19일 거래를 재개한 필리핀 주식시장의 경우 재개장 첫 날 장 중 20% 넘게 폭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 루블,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는 모두 올해 달러 대비 10% 이상씩 하락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신흥국 주식가치, 통화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은 "현금이 모든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내다팔고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보다 빚도 두 배…어차피 달러빚, 빨리 긁어모으자



외국인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매도 광풍'을 만들고 있는 이유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빚'에서 찾았다.

FT는 내셔널웨스트민스터 은행의 통화 애널리스트 만수르 모히우딘을 인용해 "바이러스 확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로 표시된 기업 부채가 두 배로 늘어 약 12조달러(약 1경5481조원)에 이른 위험을 노출시켰다"며 "달러 압박으로 경제적 스트레스가 전세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해야만 하는 엄청난 양의 부채"라며 "은행들 역시 도매시장에서 달러를 찾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신용 채권을 다량 발급해왔던 미 셰일업체들이 유가하락에 직면, 우선적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주 일부 에너지 기업들은 파산신청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리 포인트 오일 앤 가스 프로덕션'은 지난 16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챕터11은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기업을 파산시키기보다 파산법원 감독 하에 회생절차를 밟도록 해주는 제도다.

니혼게이자이는 "우려되는 것은 에너지 기업의 부진이 금융시장에도 확산시킬 악영향"이라며 "돈을 빌려준 미 지방은행 경영도 흔들릴 수 있는데 에너지 기업과 지방은행의 곤경은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현재는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읽힌다.

영국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 회사 QMA 와드하니의 수실 와드화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체제 전체가 현금 보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연금 펀드의 경우 적립금을 쌓기 위해서 팔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팔아서 앞으로 9개월이나 10개월에 걸쳐 연금을 지불할 현금이 충분하단 것을 신탁관리자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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