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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맥가이버 헤어 스타일 싹둑, LG 이형종 20홈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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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서 홈런 날리며 ‘거포 변신’

공 반발력 떨어진 지난해 13홈런

머리 자르고 “실력으로 화제될 것”

중앙일보

이형종은 왼다리를 높이 들어 파워를 모으는 타격폼으로 장타력을 늘렸다. [사진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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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홈런이 줄어든 시대, ‘광토마’ 이형종(31·LG 트윈스)은 남다른 선택을 했다. 데뷔 첫 20홈런을 목표로 세우고 장타자 변신에 도전하고 있다.

이형종은 지난 14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LG 트윈스 자체 청백전 첫 타석에서 김대유로부터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 4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삼성전에 이은 연습경기 두 번째 홈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가 취소돼 타격감을 유지하기 힘든 가운데, 이형종은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캠프에서 만난 이형종은 “올 시즌 목표는 전 경기 출전과 홈런 20개 달성”이라고 말했다. 전 경기 출전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갖는 목표다. 그러나 장타자의 기준인 20홈런에 도전하는 건 의외다.

2008년 투수로 LG에 입단한 이형종은 2014년 야수로 변신했다. 경력에 비해 뛰어난 타격을 하지만 장타자로 보기는 어려웠다. LG가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탓에 이형종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3개(2018·2019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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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 [사진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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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O리그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2018년 35명에 달했던 20홈런 타자가 2019년에는 11명으로 줄었다. 타고투저(打高投低) 심화를 우려한 KBO가 지난해 공의 반발력을 낮추자 타구 속도와 비거리가 확 줄어든 것이다.

이형종은 2018년 118경기에서 타율 0.316, 13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바뀐 공인구를 때린 2019년 120경기에서는 타율 0.286, 13홈런, 63타점을 올렸다. 타율이 낮아졌지만 홈런은 그대로였다. 숫자만 보면 현상 유지를 한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형종은 분명 성장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지난해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장타를 더 치고 싶다. 20홈런은 쳐야 한다”고 했다.

이형종은 장타력 향상을 위해 두 가지를 준비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레그킥(leg kick)’이다. 이동발(오른손 타자인 이형종의 왼발)을 높이 올렸다가 내디디며 체중을 이동하는 타법이다. 힘을 모았다가 폭발하는 이 자세는 ‘외다리 타법’으로도 불린다. 이형종은 2017년 레그킥을 시도했다가 포기했고, 지난해 다시 쓰기 시작했다.

레그킥을 하면 하체 움직임이 커져서 타격 정확도가 떨어진다. 외다리 타법을 쓰는 타자들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다리를 높이 들다가,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스트라이드 폭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추신수(38·텍사스 레인저스)도 발을 거의 들지 않는 토탭(toe-tap)에서 2018년 레그킥으로 바꾼 뒤 한동안 고생했다.

레그킥을 잘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하체가 필수적이다. 이형종은 캠프 기간 새벽 6시에 일어나 주장 김현수(32)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그는 “현수 형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컨디셔닝 코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내게 맞는 운동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형종은 모빌리티 운동(관절 가동범위를 넓히는 훈련)도 많이 했다. 스트레칭이나 폼롤러·프레스볼 등을 통해 유연성을 키우는 것이다. 근력이 좋아도 유연성이 떨어지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관절 가동범위를 늘리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2014~16년 NC에서 활약했던 에릭 테임즈(34·워싱턴 내셔널스)가 요가를 열심히 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이형종의 짧은 머리에서도 굳은 각오가 느껴진다. 그는 1년 넘도록 뒷머리를 기르는 ‘맥가이버 스타일’을 고수했다. 눈치 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스프링캠프에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났다. 이형종은 “이제는 팀의 중고참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실력으로 화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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