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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 슬로 슬로 슬로~ 퀵, 임성재의 '네박자 트로트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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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선수보다 느린 임성재 백스윙… PGA평균스윙 1.8초, 임은 2.5초

가슴의 방향 틀면서 스윙 시작, 손·클럽이 만드는 황금삼각형

계속 유지하며 백스윙 톱 완성… 다운스윙 임팩트때 최고의 파워

美언론 "임, 스윙머신처럼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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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혼다클래식에서 미 PGA 투어 첫 승을 거둔 임성재(22)에게 현지 언론은 '아이언 바이런(Iron Byron)'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볼 테스트를 위해 사용하는 스윙 머신의 이름이 '아이언 바이런'이다. 스윙의 정확성으로 이름 높았던 골프의 전설 바이런 넬슨(1912~2006)을 본떠 스윙하도록 만들면서 이름도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넬슨은 앞으로도 깨질 것 같지 않은 PGA 투어 최다 연승(11연승) 및 한 해 최다 승(18승) 기록 보유자다. 그만큼 임성재가 볼 테스트용 스윙 머신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반복적으로, 정확하게 공을 친다는 것이다.

임성재는 언제 공을 치려고 저러나 싶을 정도로 한없이 느리게 백스윙을 시작한다. 하지만 백스윙 톱이 완성되고도 천천히 내려오는 듯하던 스윙은 임팩트 구간에선 PGA 투어 평균보다 약간 빠른 시속 183㎞를 찍는다. 그러고 보니 박인비나 일본 마쓰야마 히데키의 스윙과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다. 느려서 나쁜 스윙은 없다고 한다. 슬로~ 슬로~ 슬로~ 퀵! '네 박자' 스윙을 앞세워 미 PGA 투어의 '핫 플레이어'로 떠오른 임성재 스윙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스윙 한 번에 2.5초

지금 같은 임성재의 스윙이 만들어진 건 4년 전. 임성재는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동시에 뛰던 2016년 6월 정확성이 떨어져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며 "그때까지는 남들과 비슷한 스피드로 스윙을 했다"고 기억했다. "백스윙보다 다운스윙이 빨라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다 보니 백스윙을 끝내기도 전에 다운스윙을 시작하면서 자세가 흐트러지고 정확성이 떨어졌다"고도 했다.

임성재는 고2 때부터 스윙 코치를 맡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 출신 최현 프로와 문제 해결에 나섰다. 우선 손과 팔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스윙 때 몸이 왔다 갔다 하는 스웨이(sway) 동작을 없애는 몸통 스윙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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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NA, 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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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슴의 방향을 트는 것으로 스윙을 시작한다. 팔은 그저 몸통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간다. 스윙이 올바른 원을 그리기 위해선 세트업 자세가 올발라야 한다. 척추를 중심축으로 발·무릎·골반·상체가 제 위치에 있도록 한다.

백스윙 톱에서 임성재의 히프 회전은 45도, 어깨 회전은 100도다. 임팩트 때 임성재의 오른 팔꿈치는 어드레스 때 자세와 비슷하게 굽어 있다. 손과 클럽이 만드는 황금 삼각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공을 치고 나가면서 오른 팔꿈치가 펴진다. 30㎝ 정도 클럽 페이스가 목표 방향으로 계속 볼을 치는 것처럼 밀고 나가는 것도 정확성을 높이는 비결이다. 손목 움직임이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니시 자세를 잡는다.

스윙 교정에는 불과 두 달밖에 안 걸렸다고 한다. 최씨는 "임성재는 다른 선수 스윙을 몇 번만 보면 마치 스캔하듯 특징을 잡아내 모방할 정도로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스윙에 걸리는 시간은 남자가 1.8초, 여자가 2초 정도다. 임성재는 여자 프로골퍼보다도 느린 2.5초다.

◇박인비와 같은 듯 다르다

임성재는 느긋하고 침착한 성격이 박인비와 닮았다. 둘 다 스윙 템포도 느린 편이다. 임팩트 구간에서 공을 스위트스폿에 맞히는 능력은 모두 정상급이다. 다른 점은 박인비는 손목 관절이 잘 꺾이지 않는 편이어서 클럽을 치켜 올린다. 반면 임성재는 다른 골퍼처럼 정상 궤적을 유지한다.

남자 중에선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와 스윙이 가장 닮았다. 하지만 마쓰야마가 백스윙 톱에서 잠시 머무르는 반면 임성재는 멈춤 동작 없이 내려온다.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바뀔 때 동작이 느리다 보니 정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물 흐르듯 스윙이 멈추지 않는 편이 에너지 효율성도 높다. 하지만 상체로 엎어 치는 스윙이 고민인 주말 골퍼라면 톱에서 1~3초 정도 멈췄다 다운스윙을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임성재도 스윙 교정 때 그렇게 했다. 백스윙을 끝까지 하고 하체로 리드하는 스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재는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스윙의 일관성이 높아지고 더 좋은 결과로 이어져 정말 내게 잘 맞는 스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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