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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가 대리청정한 '경복궁 계조당' 100여년만에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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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훼손한 동궁 정당(正堂)…전통방식으로 재건해 2023년 개방

연합뉴스

경복궁 계조당 복원 조감도
[문화재청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왕세자가 계조당(繼照堂)에 앉아서 백관(百官)의 조참(朝參·왕에게 문안하는 조회)을 받았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26년(1444) 1월 21일 기사에서 세자는 세종 아들이자 훗날 조선 제5대 임금이 되는 문종이다. 그는 세자 시절 경복궁 계조당에서 많은 신하를 만났다.

문종이 부친을 대신해 국정을 수행하고 신하들과 현안을 논한 대리청정 공간인 계조당이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지 100여년 만에 복원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경복궁 복원사업 일환으로 근정전 동쪽 세자 공간인 동궁(東宮) 정당(正堂) 계조당 복원 공사를 시작해 2022년 마무리한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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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계조당 위치(붉은색 공간). 오른쪽이 북쪽
[문화재청 제공]



궁궐 동쪽에 있는 동궁은 외전과 내전을 갖춘 작은 궁이었다. 계조당은 동궁 핵심 건물이자 조선왕조 권위와 후계 연속성을 상징하는 곳으로, 조참은 물론 궁중 잔치인 진찬(進饌)도 진행됐다.

계조당은 세조 25년(1443)에 처음 지었다. 실록은 "왕세자가 조회 받을 집을 건춘문(建春門) 안에다 짓고, 이름을 '계조당'이라 했다"고 기록했다. 건춘문은 경복궁 동문이다.

하지만 계조당은 단종 연간인 1452년 철거됐다. 그러다 경복궁을 복원한 고종 연간인 1868년 어의본궁을 옮겨 계조당을 중건했다. 이어 1891년 고쳐 세웠으나, 조선총독부가 1910년대에 조선 왕실 권위를 지우고 식민통치 정당성을 알리는 조선물산공진회 행사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파괴됐다.

오늘날 동궁에는 세자와 세자빈 거처인 자선당(資善堂)과 세자 집무실인 비현각(丕顯閣)이 1999년 복원돼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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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에서 본 동궁 영역
[문화재청 제공]



계조당 복원과 동궁 기본 궁제 정비에는 예산 총 82억원을 투입한다. 기와, 철물, 소나무 등은 전통 방식에 따라 손으로 가공하거나 제작한다. 오는 5월부터는 사전 신청자에게 공사 현장을 공개한다.

건물 규모는 정면 5칸·측면 3칸이며, 팔작지붕을 얹는다. 기다란 행각을 조성하고, 작년 7월 복원을 사실상 마치고 공개한 경복궁 흥복전(興福殿)처럼 전기와 통신 설비를 구축한다.

정식 개방은 2023년 1월 이후로 예상된다. 조선왕조 역사성을 보여주는 재현 전시 공간이자 문화교육 공간으로 활용한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계조당을 문화재 복원 사례의 새로운 모범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이후에도 조선 법궁인 경복궁 위상 회복과 복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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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계조당터 발굴조사 모습
[문화재청 제공]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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