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달고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다면…"
더위 날리는 청량한 한 모금 |
(포트샬럿[미국 플로리다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29)은 인천 동산고에 재학 중이던 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로부터 계약금 42만5천달러(약 5억원)를 받고 태평양을 건넜다.
미국 땅을 밟은 그의 앞엔 끝이 안 보이는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주위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말도 통하지 않았다.
월급은 식비를 충당하기 힘들 정도로 적었다. 최지만은 그런 생활을 수년간 이어갔다.
그 사이 국내 잔류를 선택한 또래 친구들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스타로 성장했다.
20일(한국시간) 탬파베이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샬럿 스포츠파크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최지만은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지만, 한국 동료, 한국 팬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한국 선수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뛰고 싶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와 계약서에 2020 도쿄올림픽 출전 보장 내용을 포함했다.
그는 "올림픽 출전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라 쉽지 않겠지만, 한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뽑아주신다면 꼭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지만과 일문일답.
공 쳐 내는 최지만 |
-- 곧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뛰고 싶은 마음이 있나.
--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가.
▲ 출전하고 싶다. 올림픽 출전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국가대표를 꼭 해보고 싶다.
포즈 취하는 최지만 |
▲ 사실 난 한국 팬들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성인이 된 뒤로는 한국 선수들과 뛰어보지 못했다. 한국 야구가 그립다. (미국에 진출한)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런 마음은 변치 않았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KBO리그 팀 스프링캠프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도 싶었다. 허락을 받지 못해 성사되진 않았다.
-- 아직 연봉(85만 달러)이 많지 않은데도 국내 어린 선수들을 돕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 그렇다. 동산고 은사님들은 항상 겸손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선수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
포즈 취하는 최지만 |
-- CHOI 51이라는 재단을 만들어 선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사비로 만든 재단이다. 아직 수입이 적어 큰 기부 활동은 못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소소한 기부는 하고 있다.
-- 재단 명에 포함된 51번은 의미 있는 번호인가.
▲ (돌아가신) 아버지(故 최성수)가 쓰시던 번호다. 나도 한 번 이 번호를 달고 뛴 적이 있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오래 하면서 여러 등 번호를 사용하다 보니 이젠 배번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고향 인천에서 오랫동안 (아마추어) 지도자 생활을 하셨다.
-- 아버지로부터 배운 게 많았을 것 같다.
▲ 가정적인 분이셨다. 그러나 내게 야구를 가르쳐주시진 않으셨다. 아버지가 지도자로 계시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공과 사를 구별하셨다. 소속팀 감독님께 야구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당시엔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 생각이 옳았다.
최지만의 안정적인 수비 |
--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많이 자랑스러워하셨을 것 같다.
▲ 그럴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한 꿈이 적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생일 등에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글러브나 배트, 운동복 등을 선물해주셨다. 나도 모르게 그런 용품들을 보면서 빅리그 진출의 꿈을 꾼 것 같다.
-- 이제 어엿한 메이저리거가 됐다. 새 시즌 목표가 있다면.
▲ 팀이 작년처럼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나도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후회 없이 보냈으면 한다.
-- 올 시즌엔 고교 선배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같은 지구로 왔다. 맞대결 기회가 많을 것 같은데.
▲ 부담감은 있을 것이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 형을 마주한다면 무척이나 뿌듯할 것 같다. 모교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 기대된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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